[기고]물을 나누되, 우물은 마르지 않게
등록 2026.08.31 09:59

선우정택(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 /선우정택(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선우정택(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중반, 프랑스 파리의 건물도장(페인트) 사업가 ‘에드메 장 르클레르(Edmé-Jean Leclaire)’는 근대적 이익공유제(Profit-sharing)의 대표적인 초기 실천가로 알려져 있다. 당시 파리에서는 한데 모여서 도장작업을 한 게 아니라 고객의 주택·건물로 흩어져 작업을 했다. 그런 작업 특성상 노동자의 태만, 자재 낭비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졌는데, 이를 방지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회사의 이익을 나누는 이익공유제(Profit-sharing)를 도입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근로자의 임금체계와 성과급은 작업환경, 노동생산성, 산업구조 등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회사 구성원에게 성과에 기여한 만큼 합당한 보상을 한다는 원칙은 지금도 중요하다. 다만 기업 전체의 이익을 곧바로 근로자의 성과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기업의 이익 가운데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N% 성과급’도 바로 이 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기업이 창출한 영업이익은 근로자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의 축적,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 자본 투입, 경기와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은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하고 업황에 따른 실적 변동도 크다. 호황기에 거둔 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을 다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투입해야 다음 성장 사이클을 준비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영업이익은 회사의 재산으로서 향후 투자와 재무건전성 등을 고려해 처분되어야 하며, 최종적으로 주주에게 귀속되는 이익은 배당 등을 통해 실현된다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회사가 적자이건 흑자이건 약정된 보수의 지급이 보장되어 있는 근로자와 달리 주주는 회사의 경영악화로 수지 적자가 발생할 경우 그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 이처럼 회사의 이익을 주주에게 귀속시키고 그에 따른 위험과 보상을 주주가 부담하는 구조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이래 주식회사 제도의 발전과 함께 자리 잡아 왔다.

    N% 성과급이 확산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도 생각해 볼 문제다. 한 기업에서 높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되면 다른 기업에서는 업종과 수익성, 투자 여력의 차이를 떠나 비슷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높은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보상 격차가 커지면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마다 사업 특성과 수익 구조, 투자 부담이 다르므로 어느 한 기업의 성과급 수준을 다른 기업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 전체의 실적뿐 아니라 조직과 부서, 개인의 목표 달성 정도를 함께 살피고, 일시적인 호황으로 얻은 이익과 지속 가능한 성과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중장기적인 실적을 함께 반영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성과급을 정할 때는 단순한 이익 규모만이 아니라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재무 여건 등 기업의 미래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성과급 책정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은 분명히 하되, 구체적인 배분과 집행은 이사회와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균형도 필요하다. 영업이익의 처분이 원래 주주들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N% 성과급이 회사의 재산이나 주주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가 법정 이익참여제도에서 개인별 지급액에 상한을 두고, 미국 나스닥이 임직원 주식보상계획의 신설이나 중대한 변경에 주주승인을 요구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보장하되, 기업의 미래를 위한 경영 판단까지 획일적인 기준에 묶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구성원의 동기를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렇기에 성과급 논의가 단순히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늘의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는 동시에, 그 성과를 만들어낸 기업이 내일도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 재원을 남겨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물의 물을 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이 다시 고일 수 있도록 우물을 깊고 튼튼하게 관리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보상을 충실히 하면서도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인재 확보라는 미래의 우물을 마르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