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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시장의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주도해온 시장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급부상하며 기존 3강 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AI 시대를 이끄는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과 전략을 비교하고, 창신메모리의 부상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심층 분석한다. [편집자 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최첨단 반도체 생산의 출발점이라면, 최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은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주이밍 창신메모리(CXMT) 회장도 지난달 투자설명회에서 중·고급 D램 생산라인 전환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메모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개발 중인 기술로 "차세대 선행 연구"를 언급했다. 업계는 이를 HBM 개발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한다.
다만 창신메모리의 HBM 개발 수준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연초 업계에서는 창신메모리가 지난해 말 화웨이에 HBM3 샘플을 공급했고, 올해 상반기 상용화와 2027년 HBM3E 양산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공개한 증권신고서와 관련 자료에서는 HBM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투자설명회에서도 개발 단계와 양산 계획에 대한 질문에 주 회장은 답변을 피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개발 수준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으며,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도 당초 올해로 예상됐던 HBM3 양산도 2027년으로 미뤄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범용 D램은 추격, HBM은 아직…향후 2년이 분수령
창신메모리가 범용 D램에서는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는 HBM 양산 경쟁력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메모리 3강과의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는 HBM이 EUV 장비만 확보한다고 양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을 그 이유로 꼽는다. 대규모 공정 검증과 주요 고객사의 품질 인증을 모두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HBM은 범용 D램보다 기술 난도가 훨씬 높고, 여러 장의 D램을 적층하는 과정에서 양산 수율 확보도 쉽지 않다"며 "개발 성공보다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범용 D램 등 레거시 제품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한국 기업들과 상당 부분 근접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안정적인 양산 경쟁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현재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다소 낮은 수율도 가격 경쟁력으로 상쇄할 수 있지만, 향후 메모리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면 이를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HBM 양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는 쉽지 않다"며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DUV 공정을 사용할 경우 동일한 공정에서도 미세한 차이로 관리해야 할 공정 조건이 크게 늘어난다. 이를 일일이 보정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이 과정에서 불량이 증가해 결국 수율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업계는 향후 1~2년이 창신메모리의 AI 메모리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년 안에 HBM 양산 체계와 공급망을 구축하면 AI 메모리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2028년 이후 메모리 다운사이클과 맞물려 성장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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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메모리 '러브콜' 뒤엔 속내 있다?…中의 냉정한 시선
HBM 개발 성공만으로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 진입이 보장되지 않는다. 실제 경쟁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고 공급망에 진입해야 비로소 입증된다. 최근 애플과 HP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창신메모리 채택 가능성이 시장의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P와 에이수스(ASUS), 에이서(Acer) 등 주요 PC 제조사들은 최근 창신메모리의 메모리 칩을 소량 채택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이 미국 정부에 애플 제품의 중국산 메모리 사용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처럼 창신메모리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중국 업계는 이를 오히려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 중국 업계 관계자는 "팀 쿡은 IT 업계에서 공급망 관리와 원가 협상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유명하다"며 "표면적으로는 창신메모리와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지만, 실제 목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상대로 메모리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데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애플과 HP 등 메모리 수요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만들어 기존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인하를 압박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범용 D램 역시 거래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며, 미국과 서방의 규제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HP와 에이수스 등의 창신메모리 메모리칩 채택을 처음 보도한 닛케이아시아도 "채택 규모와 적용 모델은 매우 제한적이며, 해당 제품 역시 미국이 아닌 일부 해외 시장에서만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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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SNS에 창신메모리(CXMT) 관련 게시글이 연일 올라오며 현지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아래에는 '베이징 창신메모리(CXMT) 채용 중'이라는 게시글도 보인다. /중국 SNS 갈무리
"가격 경쟁력만으론 부족"… 창신메모리의 남은 과제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창신메모리와 같은 신규 D램 업체의 등장은 시장 가격 결정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경쟁 구도를 곧바로 흔들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점유율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 기준점으로, 창신메모리가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 기존 업체들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창신메모리 협력설에 대해서는 "신규 공급사를 거론해 기존 공급사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전략은 과거에도 자주 활용됐다"며 "이들 기업 역시 창신메모리를 협상 카드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창신메모리가 AI 메모리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EUV 확보와 HBM 양산을 넘어 미국의 규제와 글로벌 공급망 진입이라는 장벽까지 넘어야 한다. 세계 4위 D램 업체로 성장한 창신메모리가 AI 시대에도 '4강' 지위를 굳힐지, 아니면 기존 메모리 3강의 벽을 넘지 못할지는 이 과제를 얼마나 빠르게 해결하느냐가 과제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범용 D램은 중국 업체들이 언젠가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했던 분야"라며 "결국 승부는 쉽게 따라올 수 없는 HBM 기술 경쟁력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