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왕좌 전쟁] ② 'EUV 없는 D램' 어디까지 가능할까…中 창신의 다음 과제
등록 2026.08.05 16:54

차세대 D램 개발·생산라인 고도화에 공모자금 집중
DUV 미세공정 고도화 추진에도 양산 경쟁력은 미지수

  • /디지틀조선TV
    /디지틀조선TV

    AI 메모리 시장의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주도해온 시장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급부상하며 기존 3강 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AI 시대를 이끄는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과 전략을 비교하고, 창신메모리의 부상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심층 분석한다. [편집자 주]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떠오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지난달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중국 본토 증시 시총 1위에 올랐고, 시장에서는 이를 글로벌 D램 산업의 경쟁 구도가 바뀌는 분기점으로 받아들였다. 실제 이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창신메모리(长鑫科技)는 중국 최대 규모의 DRAM 연구·설계·제조 일체형(IDM) 기업이자, 기술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중국을 대표하는 메모리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회사는 스스로를 중국 DRAM 산업의 '0에서 1로(从零到一)'를 이뤄낸 기업이라고 소개한다. 전무했던 국산 DRAM 기술과 산업 기반을 처음 구축해 메모리 자립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주이밍(朱一明) 회장은 상장에 앞서 "'메모리 기술로 정보사회를 발전시키고 인류의 삶을 개선한다'는 사명을 바탕으로 중국 D램 산업의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이끌고, 기술력과 사업성을 겸비한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창신메모리 투자설명회 주요 내용. /디지틀조선TV
    창신메모리 투자설명회 주요 내용. /디지틀조선TV

    DDR·LPDDR 투트랙…수익성은 LPDDR이 견인 

    회사는 상장 과정에서 주요 고객사와 제품 포트폴리오도 공개했다. 주 회장은 2023~2025년 공급망으로 알리클라우드(阿里云), 바이트댄스(ByteDance), 텐센트, 레노버, 샤오미, 트랜션(Transsion), 아너(Honor), OPPO, 비보(vivo)를 제시했다. 주력 제품은 서버용 D램인 DDR 시리즈와 모바일 D램인 LPDDR 시리즈다.

    수익성은 LPDDR 사업에 집중됐다. 황단양(黄丹阳) CFO는 고평가손실 환입을 제외한 기준으로 2025년 DDR 제품의 매출총이익이 81억8200만위안으로 전체의 35.32%를 차지한 반면, LPDDR은 151억6200만위안으로 65.45%를 기록하며 최대 수익원으로 자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주로 사용되며, 회사가 해당 분야 고객을 빠르게 확보한 것이 성장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LPDDR을 중심으로 수익 기반을 다진 창신메모리는 상장을 계기로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D램 기술 확보와 생산라인 고도화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 창신메모리 투자설명회 주요 내용. /디지틀조선TV
    창신메모리 투자설명회 주요 내용. /디지틀조선TV

    차세대 D램 투자 로드맵 제시…EUV 전략은 끝내 함구 


    주이밍 회장은 약 295억위안 규모의 공모자금 사용 계획과 관련해 "공모자금은 회사의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투자 대상은 ▲DRAM 웨이퍼 양산라인 기술 업그레이드 ▲DRAM 기술 고도화 ▲차세대 DRAM 선행기술 연구개발이다.

    이와 함께 향후 기술 개발 로드맵도 공개했다. 연구개발은 크게 세 축으로 추진된다. 우선 4세대 공정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용량 LPDDR4X와 DDR5, LPDDR5X를 개발하고 있으며, 다음 단계인 5세대 공정 플랫폼에서는 한층 고도화된 멀티패터닝 기술을 적용해 집적도와 메모리 성능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미래 D램 플랫폼 구축을 위한 선행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LPDDR5X 고용량 제품과 LPDDR6, DDR5 후속 제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75억위안을 투입하는 '웨이퍼 양산라인 기술 업그레이드' 사업에서는 식각, 박막 증착, 세정 공정을 중점 개선해 생산라인을 중·고급 D램 중심으로 전환하고 생산원가를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핵심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부총재 겸 이사회 비서 위안위안(袁园)은 5세대 공정 플랫폼과 관련해 "현재 연구개발 단계"라며 "개선된 멀티패터닝 기술을 적용해 메모리 집적도와 메모리 셀 성능을 더욱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UV 없이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주이밍 회장은 "D램은 매우 높은 기술 장벽을 가진 산업으로, 제조 과정에는 노광과 식각, 세정 등 수백 개의 정밀 공정이 포함된다"며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회로 설계와 노광 정밀도 등의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술 개발 현황이나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처럼 창신메모리는 EUV에 대해서는 끝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핵심 장비 개발 소식이 나왔다. 

  • 창신메모리 투자설명서 자료 재구성. /디지틀조선TV
    창신메모리 투자설명서 자료 재구성. /디지틀조선TV

    ASML 장벽 넘을까…DUV로 추격 나섰지만 EUV가 발목 

    지난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의 국유기업 아이성나전자기술그룹이 이머전(Immersion) DUV(심자외선) 노광장비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머전 DUV는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물을 채워 굴절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존 DUV보다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노광장비다. 아이성나는 중국 반도체 기업 출신 개발 인력을 영입해 장비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6년 약 5대, 2027년 약 2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양산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머전 DUV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엔비디아 AI 가속기나 애플 스마트폰 AP와 같은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여전히 EUV(극자외선) 장비가 필요하다. 현재 EUV 장비는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 더 이상 ASML 장비를 자유롭게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는 ASML의 EUV 장비 중국 수출을 제한하도록 압박했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일부 이머전 DUV 장비까지 규제가 확대됐다. 현재 중국에 수출이 허용되는 ASML 장비는 최신 장비보다 약 8세대 뒤처진 모델로 알려져 있다.

    결국 EUV 확보 여부가 차세대 D램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EUV 기반 공정을 빠르게 확대하는 반면 창신메모리는 여전히 DUV 기반 미세공정 고도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DUV 기반 미세공정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다중 노광 방식은 동일한 회로를 여러 차례 반복 노광해야 해 공정이 복잡해지고 제조 비용도 크게 증가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선두 업체들과의 공정 격차를 완전히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시제품보다 어려운 건 양산"…창신메모리, EUV 장벽 여전

    업계에서는 시제품 개발과 상업적 양산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도 이 같은 관점에서 결국 EUV와 양산 경쟁력이 창신메모리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멀티패터닝 방식으로 DUV를 활용해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수율과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어떤 노광 방식을 선택하든 양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이 추진 중인 EUV 국산화에 대해서도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EUV는 장비 구조 자체가 DUV와 완전히 다른 초정밀 기술로, ASML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기술 장벽이 높기 때문"이라며 "시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실제 반도체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장비를 양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만큼 단기간에 선두 업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