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부동산 대신 주식' 외치던 정부, 자산증식 무너진 청년의 꿈
등록 2026.07.30 15:24 / 수정 2026.07.30 16:56
  • /김종훈 보도국장.
    /김종훈 보도국장.
    30일 삼성전자가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을 보합세로 진정시켰지만 어제(29일)까지 코스피에서는 사이드카가 총 41차례(매수 20회·매도 21회), 서킷브레이커가 9차례 발동했다.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연간 기록(26차례)을 이미 크게 넘어섰다.

    지난달(6월)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6월 19일 장중 최고치 9385를 찍고 약 한 달 만인 29일 기준 5663까지 추락(고점 대비 약 39.7%~40% 폭락)했다. 금융위기 등 특별한 이유 없이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반복적으로 발동하며 증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집값 잡기 및 '국민 자산 증식' 명목으로 "주가지수 5000, 6000 시대", "부동산 대신 자본시장으로 가라"며 정책적 투자를 유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나서 "자산 증식은 부동산이 아닌 자본시장으로 가라"며 연일 개인투자자들이 신뢰할 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가 나서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는 기사까지 보도되면서 세제 혜택 등도 거론됐고 투자자들은 이를 믿고 움직여도 되겠다는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언론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주식시장의 희소식을 전했다.

    특히 20~30세대는 정부의 자본시장 투자 전환 메시지와 부동산 투자를 통한 내집 마련의 꿈이 각 종 규제의 철벽에 막히자 자산 증식을 위한 마지막 사다리를 주식시장이라 믿고 자산을 몰아 넣었다. 그러나 현재 결과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56조원 넘는 손실을 봤다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기반 단일종목 고배율 레버리지 ETF 및 신용융자 잔액(32조 원 돌파)이 집중되는데 변동성에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주가 하락 시 마진콜 및 반대매매(강제 청산) 물량이 연쇄 폭락을 부르는 '악순환'이 충분히 예상됐고 전문가들이 지적했지만 상품이 출시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에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 선택권 확대를 이유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초 자산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도입(5월 말 출시)하고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지적과 만류가 있었지만 사실상 방조했다.

    출시 직후 하루 거래대금 10조 원 안팎으로 쏠림 현상 및 변동성 증대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외변수 탓으로 돌렷다. 하지만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변명이 되지 않는다. 한국 시장은 위험천만한 ETF 쏠림으로 증시가 추락하면 현대자동차 같은 탄탄한 종목조차도 동반 하락했지만 이 시기 일본의 토요타자동차는 주가가 오르는 등 한국시장과는 체질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대외 환경탓으로 돌릴 명분도 떨어진다.

    이처럼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하는 발언 등은 시장의 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이 손에 잡히니 않는다", "다시는 레버리지 ETF 안할테니 제발 살려주세요"와 보도하기 힘들만큼 극단적인 내용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AI 투자 피크아웃 우려와 미국발 빅테크 실적, 반도체 조정, 중국의 추격 등 리스크가 겹치며 급격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당국도 뒤늦게 후폭풍을 인정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을 드러누워서라도 말려야했다"며 후회성 발언을 했다.

    증시 규모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였던 7449조5930억원에서 불과 한 달여 만에 2780조4920억원이 증발했다.

    상승장에서 달콤한 수익을 약속하던 2배, 3배의 레버리지는 시장이 돌아서자 투자자들의 멘탈을 붕괴시키고 일손을 놓게 만들고 있다. 물론 주식시장의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경고 문구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간의 정황상 개미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한 책임자는 과연 개미투자자뿐일까. 누가 이상황을 부추겼는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정부의 말을 믿고 자본시장에 들어왔다가 빈털터리가 된 청년들은 절대 지금의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를 심판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마음을 버릴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최근 손실로 날아가 투자금은 필연적으로 가계 부실과 소비 위축, 투자 심리 악화는 물론 한국 경제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후유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무책임한 시장 유도 정책이 초래한 증시 폭락과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고 내집 마련을 투기로 단정짖고 대출을 막아 내집마련을 포기하고 주식시장에 몰빵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어보인다.

    정부는 조속히 주식시장의 안정을 추구하고 정책 자금 등 정부가 운영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시장에 안정 시그널을 보내고, 청년들의 자산을 회복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