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 스타 엄정화 인터뷰 / 사진: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배우로서 변하지 않는 것은 작품에 대한 갈망인 것 같아요. 지금은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할 때 불안하고 괴로워하는 그랬던 마음은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고, 대신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못 했으니까. 이제는 같은 선상에서 앞으로를 기대해 봐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더 들어서 '할 작품이 없겠지' 그런 생각은 더는 안 하게 돼요."
지난 23일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극본 박지하, 연출 최영훈)가 종영했다. 작품 종영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한 엄정화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일까 걱정했는데, 유쾌하고 즐겁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금쪽같은 내 스타'는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가 하루아침에 평범한 중년 여성이 된 후 펼쳐지는 눈물 콧물 휘날리는 세월 순삭 로맨틱 코미디로, 지난 방송에서는 봉청자(엄정화)가 독고철(송승헌)과 함께 잃어버린 꿈을 되찾고 날아오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가장 어두웠던 밑바닥에서 재회, 서로를 빛내며 꿈과 사랑을 완성한 두 사람의 모습에 시청자 반응도 폭발, 자체 최고인 전국 4.3% 수도권 3.9%(닐슨 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흥행을 예상했는지 묻자 엄정화는 "책이 즐겁게 읽혔고, 연기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라며 "송승헌 배우와는 1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는데, 이렇게 두 작품을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인연인 것 같다. 저희 둘의 만남을 많이 기대해 주셨고, 드라마를 보면서도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 주셔서 기뻤다"라고 답했다.
사진: '미쓰와이프' 스틸컷, 지니TV 제공
'중년 로코'를 완성한 송승헌과는 2015년 개봉한 영화 '미쓰와이프' 이후 10년 만의 재회였다. 그는 변함없는 송승헌의 외모를 칭찬하며 동시에 "변한 것은 마음이 더 부드러워지고 넓어졌다고 느꼈다. 예전에도 좋았는데 더 푸근해진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만약 10년 뒤인 2035년에 다시 만나면 어떨 것 같은지 묻자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얼마나 변해있을까 궁금한데,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죠"라고 답했다.
물론 걱정이 앞선 것은 사실이었다. 엄정화는 "중년이 하는 로코다 보니까 20, 30대의 푸릇푸릇 한 느낌이 아니라 걱정을 했는데, 그 부분을 많이 좋아해 주셔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했다"라며 "사랑이나 감정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진심을 가지고 임한다면 시청자들께서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걱정을 덜어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 지니TV 제공
봉청자는 25년의 세월을 '순삭 당한' 인물이다. 속절없이 흘러버린 25년의 세월을 어떻게 이해하려 했는지 묻자 "봉청자는 중간 기억이 사라진 채로 50살이 됐다. 임세라의 마음이나 상태를 지니고 연기를 해야 해서 '닭살이면 어떡하지?' 싶었고, 20대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대해야 하니까 그런 것은 걱정스러웠다"라고 돌아봤다.
20대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 묻자 대본에 충실했다며 "나이 든 사람이 세월에 찌든 그런 모습 없이 20대의 마음으로 눈빛이나 행동을 그리려고 하면서도, 25년 동안 봉청자로 살아오며 가졌던 습관들이 툭툭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이 보통 옷을 바꿔 입으면 그날의 무드가 결정되는 것처럼, 봉청자도 자신이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며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갑자기 흘러버린 세월 탓에 달라진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속상한 마음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봉청자가 숨어 살았던 이야기가 풀렸는데, 내 모습을 감추고 가족들과도 떨어져서 은둔 생활을 하는 동안 머리나 이런 것도 손질하지 않고 무엇보다 자신을 가리고 싶어 했을 것 같다. 긴 머리로 고개를 숙이고 다닐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미지를 만들었고, 피부 관리 같은 것도 못했을 것 같아서 홍조나 기미 같은 것도 보이게 됐다. 봉청자 역할을 할 때는 최대한 거울을 안 보려고 했고, 거울을 볼 때도 못생김 체크를 먼저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런 장면들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깨어났을 때 내 모습을 보고 놀라는 것이나, 나도 못 알아보는 그런 상황이 연기할 때도 재미있었고, 살은 막 찌우기보다는 옷도 많이 껴입고 먹는 것도 조심하지 않고 몇 달은 편하게 살았던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드라마는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다. 악행을 저질렀던 이들은 스스로 자멸했고, 봉청자는 성공적으로 복귀해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게 된다.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속 봉청자는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원동력이자 처음부터 믿고 지지해 준 우리 금쪽같은 매니저 0728님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라며 진심을 드러냈고, 이는 25년 전 '0728'에 감사를 전했던 모습과 같은 장면으로 뭉클함을 더했다. 또한 독고철은 봉청자의 기자회견장을 찾아 '빛을 보면서 걸어갈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다는 고백을 전했고, 봉청자가 이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엄정화는 12부작이 너무 짧은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아주 예쁜 장면으로 끝이 난다"라며 "그 장면 찍을 때 울컥했다. 어릴 때를 연기한 배우들의 모습과도 함께 겹쳐지면서 하는 장면이 찡하면서도 뭔가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이번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좋겠는지 묻자 엄정화는 "기분 좋고 재미있는 이야기였고, 가끔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라며 "그리고 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꿈꾸는 것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는 진심을 드러냈다.
사진: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전작인 '닥터 차정숙' 역시 꿈을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엄정화는 "요즘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에는 제 나이 또래라면 꿈을 접고 나이가 들었으니까 그냥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닌 것 같다. 어떤 화두를 던지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시대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시감을 느끼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는지 묻자 "예전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처럼 이렇게 해나가는 것이 저한테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쉬고 싶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1993년 데뷔 후 어느덧 3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목적지는 여전한가 묻자 "바뀐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계속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 목적지"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배우들은 다 그럴 것 같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특히 시대극, 사극 등도 도전해 보고 싶다며 "저는 다 좋아요. 저한테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라며 "시대극도, 한복도 진짜 잘 어울려요"라고 어필해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높였다.
"시간이 이렇게 오래 흐르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앞으로도 진짜 잘 가고 싶다. '금쪽같은 내 스타'를 만나고, 저의 모습과 어울리고 공감을 드릴 수 있는 역할을 한 것처럼 앞으로 오는 어떤 이야기도 해낼 수 있을 만큼의 마음과 깊이를 쌓아가야 할 것 같고, 또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더 잘 다져가야 할 것 같다. 잘 해낼 수 있게 잘 기다려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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