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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박' 지휘하의 이병헌X손예진→염혜란 연기차력쇼…'어쩔수가없다' [종합]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09.22 18:22

영화 '어쩔수가없다' 언론시사회 /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DB

"어느 쪽을 선택해야 올바른 길이냐는 질문에 빠진 사람들이다. 완벽하게 좋은 게 하나 있다면 좋겠지만, 좋기는커녕 둘 다 나쁘다. 관객이 그 도덕적 질문을 공유하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도 함께할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랐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감독이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쩔수가없다'는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액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 소설보다 '관계성'을 영화 속에 더했다. 그는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각자 따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서로 의존하고, 서로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 관계성을 강조했음을 전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언론시사회 /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DB

이어 "만수(이병헌)를 중심으로 부인 미리(손예진)의 역할이 커졌다. 만수는 미리라는 존재 없이는 동기나 행동의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을 만큼 거기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범모, 시조, 선출 세 남자는 다 만수와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지 않나"라고 덧붙이며 같은 직종, 아내, 딸, 그리고 자동차까지 인물들 사이의 관계성을 강조했음을 덧붙여 설명했다.

이병헌은 한 집안의 가장 '유만수' 역을 맡았다. 특히 그는 3개월 동안의 백수 생활로 무너진 가족의 경제생활을 보며, 자신이 25년 동안 일해온 제지업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신만의 전쟁을 치르는 인물이다. 이병헌은 여러 배우들과 관계의 중심에서 이들을 한 명씩 마주하는 인물이다. 특히, 그가 댄스파티에서 남다른 그루브를 선보이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병헌은 "진짜 촬영 직전까지, 저 춤을 어떻게 구사할까? 머릿속에 하나도 없었다. 합이 맞춰지지 않았다. 리허설할 때도 다르게 췄을 거다. 잘 찾아내서 편집해 주신 것 같다. 출 때는 그런 감정은 아니었는데 모니터를 보고 '마더'의 김혜자 선생님이 떠올랐다"라고 당시를 회상해 현장을 웃음짓게 했다.

손예진은 만수(이병헌)의 아내 '이미리' 역을 맡아 7년 만에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러블리한 아내의 모습부터 "다 죽여버려"라고 만수의 어깨를 떠미는 강렬한 모습까지, 미리로 인해 만수의 움직임을 납득 가능케했다. 그는 이병헌과의 부부 호흡에 대해 "정말 힘을 하나도 주지 않고, 너무나 유연하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 그래서 어떻게 저렇게 힘을 하나도 주지 않고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 우스갯소리로 저희가 골프를 몇 번 친 적이 있는데 힘을 잔뜩 주고 치셨다. 저렇게 하다가 아프실 것 같은데 생각했다. 그때 너무 힘을 주고 쳐서 연기할 때 힘을 빼고 임하신 게 아닌가 싶었다"라고 평소 이병헌·이민정, 손예진·현빈 부부의 친분을 전하며 현장을 폭소케 했다.

박희순은 제지회사 반장 '최선출' 역으로, 이성민은 재취업이 절실한 베테랑 '구범모' 역으로 '어쩔수가없다'에 합류했다. 박희순은 "감독님의 오랜 팬"임을 자처하며 "자세부터 조금 달랐다. 벌거벗겨질 준비를 했다. 벌거벗겨진 건 이성민 역이었고, 저는 벌거벗겨지진 않았다. 감독님의 디렉션이나 말씀을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이걸 어떻게 해낼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오히려 감독님께서 많이 열려있었다. 제가 준비한 것도 많이 받아주셨다. 이 작업을 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즐거웠다"라고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현장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염혜란은 범모(이성민)의 아내 '이아라' 역을 맡았다. 남다른 미모를 자랑하며, 서사의 한 열쇠를 쥔 인물이다. 그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 놀랐다"라며 "아라 역이 매력적인 게 각 인물이 일과 실업에 대한 태도가 다른데, 제 이야기에 공감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25년을 근무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잖아,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아라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길 바라며 임했다"라고 덧붙여 이야기했다.

손예진은 처음으로 방문한 해외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은 "마에스트로 박"이라고 불리며 환호와 사인을 끊임없이 요청받았다고 회고했다. '마에스트로'라는 말에 걸맞게, '어쩔수가없다'에서 사운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막내 딸의 첼로 소리부터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까지 '어쩔수가없다'를 보고 나온 후 귓가에 음악이 맴도는 걸 어쩔수가 없다. 박찬욱 감독은 "비틀스, 롤링스톤즈 등 60~70년대부터 한 밴드들의 음악은 지금의 젊은이도 알지 않느냐. 그런데 우리의 위대한 싱어송라이터들, 가수들, 작곡가들을 젊은이들이 모르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들의 노래를 넣은 것도 있다"라며 "조용필의 곡을 쓰고 싶었다. 워낙 명곡이 많아서 어떤 곡을 쓸지 고민이었다. 맞춰본 결과 '고추잠자리'가 아이러니도 생기며, 어떤 순간 교묘하게 잘 어울리기도 했다"라고 '고추잠자리'를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전작 '헤어질 결심'으로 마니아층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어쩔수가없다'에 쏠리는 관객의 기대감 역시 크다. 박찬욱 감독은 "데뷔 감독이 아닌 다음에야, 전작과의 비교를 스스로도 하고,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겁도 난다. 그런데 저는 좀 바로 전 영화와 어떻게 다른, 심지어는 상반된 그런 영화를 만들까,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는 그런 부류의 감독이다. 그래서 '헤어질 결심'이 시에 가깝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산문 같다고 생각했다. '헤어질 결심'이 여백이 많은 영화, 여성성이 강한 영화라면, '어쩔수가없다'는 꽉 차고 남성성이 강한 영화 같다. '어쩔수가없다'는 '헤어질 결심'을 좋아하셨던 분들이 저의 새로운 다른 면을 보아서 즐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박찬욱 감독이 지휘하는 귀와 눈과 마음을 모두 들썩이게 하는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24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상영시간 1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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