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의 편지' 포스터와 스틸컷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아무리 긴 터널도 끝이 있다. 그 끝에는 분명 빛이 있다. 다만, 그 긴 길을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가야 한다는 것.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고, 어둡기만 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 길위에는 발견 못 한 마음들이 자리한다.
영화 '연의 편지'는 그런 '소리'를 말한다. 소리는 어린 시절의 아픔을 이겨낸 강한 아이다. 어린이 병원에서도 숨겨진 보물을 가장 많이 찾아내던 아이다. 그리고 그렇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났다. 같은 반 친구가 이유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이에 함께 등돌리지 못했다. 하지 말라는 한 마디에 소리도 같이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다. 상처는 깊었다. 결국 서울을 떠나 전학 간 학교에서도 그 상흔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자신을 보는 친구들의 눈빛이 매섭게만 느껴졌다.
그런 소리의 발걸음을 내딛게 한 건, 책상 아래 붙어있던 숫자 '1'이 적힌 편지였다. 그 편지는 전학온 소리를 환영하며 학교의 공간을 소개하고 있었다. 친구들의 특징을 딴 그림과 그 아래 적힌 이름은 소리가 반 친구들의 이름을 내뱉을 수 있게 했다. '1'이 적힌 편지는 '2'가 적힌 편지의 단서가 되고, 그렇게 소리는 열 통의 편지를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 끝에서 어떤 '소리'를 내게 될까.
'연의 편지'는 조현아 작가가 쓴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10화까지로 구성된 비교적 짧은 분량의 웹툰이다. 영화 '연의 편지'는 구성적인 면에서 원작 웹툰을 아주 충실히 따라간다. 캐릭터에 대한 이질감도 없다. 여기에 악뮤의 멤버 이수현의 청아한 목소리는 '소리'의 '소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가 부른 OST '연의 편지' 역시 작품과 어우러져 감성을 더한다.
웹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영화의 마지막이었다. 영화에는 웹툰의 결말에 플러스알파가 더해진다. 그것마저도 원작에 매우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다가선다. '소리'의 숨 쉬듯 한 배려는 스크린 속 반딧불이 하나에도 담겨있는 듯하다. 움직임에서 이어지는 숲의 살아있는 것들과 빛과 바람 등은 관객의 객석까지 아름다움으로 '뭉클'한 감동을 더 한다. "모든 장소는 들어가기 위한 방법이 달라. 사람도 마찬가지고. 관심을 가지고 인지하는 순간, 내 앞에 존재하게 되는 거야"라는 호연의 신비로운 말을 이렇게 완벽하게 스크린에 옮겨놓을 수 있을까 감탄이 더해진다.
학창 시절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의 무게는 사람마다 달리 기억된다. 하지만, 결국 그 시간을 지나온 것은 그 전부터 계속 걸어가고 있던 나 자신이다. 그리고 어느 시간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어떤 식으로든 손을 건네고, 내민 손을 잡을 수 있는 용기는 어찌 보면 반딧불이가 인도해 주는 것 같은 '기적'이다. '연의 편지'에는 그 기적을 닮은 세 인물이 나온다. 그 인물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눈물이 흐른다. 10월 1일 개봉. 상영시간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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