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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떼루!"…재내한 약속지킨 日영화 팀 '해피엔드', 더 깊게 듣기 [종합]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06.28 12:42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DB, 영화사 진진 제공

* 해당 기사에는 '해피엔드'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아이시떼루!(사랑해!)"

27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해피엔드' 메가토크 행사에서 배우 쿠리하라 하야토가 객석을 향해 외쳤다. 이날 현장에는 쿠리하라 하야토를 비롯해 히다카 유키토, 하야시 유타, 그리고 네오 소라 감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가 더욱 뜻깊은 이유가 있다. 앞선 내한 당시 쿠리하라 하야토가 '한국에서 '해피엔드'가 10만 명의 관객수가 돌파하면 재내한하겠다'라고 한 공약을 지키는 자리이기도 했기 때문. 지난 4월 30일 개봉한 '해피엔드'는 지난 27일까지 12만 577명의 관객수를 기록했고, '해피엔드' 팀은 재내한 약속을 지켰다.

네오 소라 감독은 재내한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는 "저희의 작은 예술 영화가 이렇게 넓게 퍼지며 사랑받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놀랐다"라고 밝혔다. 재내한 공약을 걸었던 쿠리하라 하야토 역시 남다른 마음을 전했다. 그는 현재 한집에 사는 히다카 유키토와 한국 관객수를 매일 들여다봤다고. 쿠리하라 하야토는 "스피드를 보고 6주 동안 둘이 앉아서 '세상에 벌써'를 되뇌고 있었다"라며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너무 잘됐다, 너무 기쁘다고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해피엔드'는 가까운 미래 도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 유타(쿠리하라 하야토), 코우(히다카 유키토), 아타(하야시 유타), 밍(시나 펭), 톰(아라지)은 각기 다른 국적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학교 동아리방을 찾은 어느날 밤, 이들은 교장 '나가이'의 고급 차량에 발칙한 장난을 치고, 분노한 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AI 감시 체제를 도입한다. 이를 계기로 각기 다른 길로 나아가야 하는 다섯 친구의 다섯 갈래 길이 선명해진다.

학교의 강압적인 감시 체제, 이에 분개하고 바로잡으려는 학생들과 순응하는 학생들, 그리고 다른 국적의 학생들을 상대로 나라가 보여주는 태도 등은 '해피엔드'가 들려주는 목소리다. 히다카 유키토는 '해피엔드'가 한국 관객에게 사랑받은 이유에 대해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에게 어떤 울림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특히 한국에서는 정치적 활동이 있기도 했고, 일본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 그런 것들이 공감을 얻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네오 소라 감독은 "(한국이) 스스로 잡은 민주주의에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SNS 등을 통해 한국의 시위 문화를 보게 됐다. 굉장히 좋은 의미로 팝 컬처가 기반이 된 것 같다. 퍼포먼스를 하거나 좋은 느낌의 시위 문화가 '해피엔드'를 받아주신 기반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여 이야기했다.

관객들은 '해피엔드'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특히 유타와 코우의 감정선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유타가 톰의 송별 파티에서 코우의 이야기를 듣게 된 장면과 관련, 네오 소라 감정은 "영화 본편에는 들어가지 않고, 편집된 장면이 있다. 코우가 사실 교장실 점거 농성에 가고 싶어 하는데, 유타가 코우를 잡으며 '굉장히 중요한 부탁이 있다'라고, '톰의 송별 파티를 해주자'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유타의 따스한 마음이 비치는 장면이다. 그리고 유타는 평생 생각을 한 적도, 그런 말을 들을 줄도 몰랐는데, 그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을 거다. 그래서 다음 장면에서 유타가 소파에 누워 굉장히 힘들어했던 장면이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유타가 졸업식을 앞두고 예행연습을 할 때, 솔직하게 털어놓는 장면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쿠리하라 하야토는 "두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었을 거다. 올라갔을 때 코우도 같이 단상에 올라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 거다. 그런데 고백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그다음은 코우의 선택에 맡긴 거다. 고백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했겠지만, 고백하는 순간에는 굉장히 심플한 마음으로 올라갔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히다카 유키토는 "코우에게 사실 유타는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친구였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유타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공포감을 느끼는 장면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유타와 코우의 관계는 육교의 끝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가는 발걸음에서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 그렇기에 네오 소라 감독에게 육교는 굉장히 중요한 장소였다. 네오 소라 감독은 "처음에는 네 명이 들어갔다가, 두 명이 빠지고, 남은 두 명이 끝까지 갔다가 거기에서 헤어지는 그런 곳이라서 굉장히 중요한 장소였다. 열심히 찾아다녔다. 특히, 이 장면이 원테이크(카메라를 끄지 않고 계속 이어서 촬영하는 기법)로 한 번에 찍은 장면이다. 영화 대부분을 고베에서 찍었는데, 육교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육교 장면만 오사카에서 찍었다. 심지어 이 육교 위에 고속도로 두 개가 지나가는 고가가 나온다. 또, 뒤에 보이는 건물 문양 패턴이 세 개로 나뉘는데 굉장히 예뻤다. 거기에 하늘까지 보이기에 저에게는 아주 좋은 장소였다. 상징적으로 두 사람은 결국 여기서 갈라진다"라고 고민을 전했다.

그렇다면, 육교에서 갈라진 유타와 코우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야시 유타는 "현장에서 굉장히 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저희는 왠지 유타와 아타는 같이 일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밍과 아타는 결국 헤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러 관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 생각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신기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히다카 유키토는 "영화에서도 집에서도 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저희 생각에 유타와 코우는 한참은 안 만날 것 같다. 그러다 나중에 어른이 되고,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우리 그랬었지'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자기 생각을 전했다. 쿠리하라 하야토는 "우정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지 않을까,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타이틀인 '해피엔드'가 양가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네오 소라 감독은 "유타와 코우는 결국 나중에 배우가 되어서, 둘이 같이 삽니다"라며 현재 함께 사는 쿠리하라 하야토와 히다카 유키토를 연상케 하는 답변으로 현장을 웃음짓게 했다.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히다카 유키토는 서툴지만, 올바른 한국어로 감사의 마음을 진하게 담았다. 그는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피엔드'를 사랑해 주셔서 너무 행복하게, 좋은 기분으로 일본에 돌아갈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고, 그 뒤에 바로 마이크를 잡은 쿠리하라 하야토 역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안에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신 분들도 계실 거고, 처음 보신 분들도 계실 거다. 정말로 이렇게 많이 봐주신 여러분 덕분에 저희가 다시 올 수 있었고, 여러분들을 뵐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커다란 하트를 그렸다. 네오 소라 감독 역시 "영화의 고향에 제가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현장에서 세 명의 배우는 '해피엔드' 속 유타, 코우, 아타 같은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장난을 쳤고, 자주 웃었다. 한국 관객을 향한 호기심 어린 눈빛과 모든 질문을 경청하고 열심히 대답하는 모습도 그들의 감사한 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해피엔드'는 현재 전국 극장가에서 상영되고 있다. 작지만 강렬한 작품의 기억이 얼마나 많은 관객에게 닿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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