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입증' 현 경영진에 대한 주주 지지 뚜렷…MBK·영풍 거부감 커
"제2 홈플러스 안돼" 공감대…자원안보·공급망 중요성 인식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개최…이사 수 상한 설정, 사외이사 의장 선임 등 정관변경안 통과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정기주주총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작년 9월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추진을 계기로 촉발된 적대적 M&A 위협을 막아냈다.
고려아연은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탁월한 사업·주주환원 성과를 입증한 현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지지세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반면 적대적M&A를 위한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던 MBK·영풍 측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동안 전 임직원과 핵심기술진, 노동조합을 비롯해 협력사, 울산 지역 시민사회 등은 적대적 M&A 시도에 결연하게 반대를 표명해 왔다. 특히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발생한 홈플러스 사태를 접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고려아연이 자칫 ‘제2의 홈플러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급속히 확대돼 왔다.
이날 고려아연 노조원들이 울산에서 상경해 적대적 M&A 시도를 규탄한 가운데 홈플러스 노조 또한 주총장 앞에서 경영실패로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를 초래한 대주주 MBK를 성토하는 시위를 진행하며 주주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홈플러스 노조는 고려아연에 대한 MBK의 적대적M&A를 직격하며, 기업사냥을 중단하고 흠플러스 사태를 책임지라고 강조했다.
주총 현장에서도 상당수 주주들은 고려아연이 제2의 홈플러스가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하고, 자원안보와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에 기여하는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지켜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사 수 ‘19인 이하’ 설정, 이사회 운영 효율성·안정성 제고 기대
이날 정기주총에서는 제51기(2024년도)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를 원안 승인했다. 이어 보통주에 대한 현금배당을 주당 7500원으로 결정하고 임의적립금 1조6689억원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키로 결의했다.
또한 이사 수 상한 설정을 포함해 총 5건의 정관 일부변경안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의안을 비롯해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4개 안건이 통과됐다.
이사 수를 최대 19인으로 상한 설정하는 안건은 출석 주식 수 대비 7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다. 이사회 운영 안정성이 향상되고 경영활동의 비효율을 방지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ISS, 글래스루이스,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한 목소리로 이사 수를 적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이사회로 거듭날 전기를 마련했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의안도 출석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가결됐다.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가 이사회 운영을 총괄하게 되는 만큼 거버넌스 독립성과 감독기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분기배당 도입과 배당기준일 변경 또한 주목할 만한 변화다. 배당을 둘러싼 예측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한편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기반을 마련했다.
◇집중투표제로 첫 이사 선임…감사위원 선임, 이사회 준법경영 강화 기여
이날 정기주총에서는 이사 선임을 둘러싼 표결도 이뤄졌다. 앞서 이사 수 상한 설정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되면서 이사 수 상한이 19인임을 전제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8인 선임 안건이 상정됐다. 집중투표제는 올 1월 임시주총에서 채택된 제도로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각 주주에게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소수주주 권익을 향상하고 이사회 다양성을 확대하는데 일조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표 결과 8인 가운데 고려아연 회사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5인이 선임됐다. 사내이사 박기덕 대표이사, 사외이사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김보영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제임스 앤드류 머피(James Andrew Murphy) 올리버 와이먼(Oliver Wyman) 선임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합류했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이민호 법무법인 율촌 ESG연구소장, 서대원 세무법인 BnH 회장이 선임됐다. 권 사외이사와 이 사외이사는 법조계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사회의 준법경영체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 사외이사 또한 국세청 기획조정관, 법인납세국장, 차장 등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기업세무 및 자본거래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데 일조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주총장에는 고려아연 노조 조합원들이 대거 적대적 M&A 시도를 비판하고 고려아연을 제2의 홈플러스로 만들 수 없다며 피케팅 시위를 진행했다. 최근 대주주 MBK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피해를 입은 홈플러스 노조원들 역시 주총장 인근에서 MBK의 무책임한 경영 행태를 비판하고 더 이상의 기업사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적대적 M&A 위협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점에 많은 주주와 국민들께서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며 “대한민국의 자원안보를 뒷받침하고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의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계속 수행하면서 주주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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