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공동취재, 뉴스1
윤석열 정부 들어 임기 3년이 안 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무려 30번의 탄핵이 발의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24일 기각했다. 더불어 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까지 탄핵한다고 공헌한 바 있어 31번의 탁핵 시도를 앞두고 비판하는 여론은 배스킨라빈스 31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떠오를 정도로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탁핵 심판에서 8명의 재판관들은 각각 기각 5명, 인용 1명, 각하 2명으로 의견이 갈렸다. 다수의 재판관들은 “한 총리의 법위반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한 총리는 탄핵소추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하게 된 것이다.
앞서 국회는 작년 12월 27일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내세운 한 총리의 탄핵 사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한 공모·묵인·방조,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 거부,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김건희 특검법 거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 다섯 가지다.
먼저 6명의 재판관은 한 총리 탄핵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200석)이 아닌 국무위원 기준(151석)을 적용했다. 이에 대해 재판관 6명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령상으로 대행자에게 미리 예정된 기능과 과업의 수행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로써 ‘권한대행’이라는 지위가 새로이 창설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탄핵소추는 본래의 신분상 지위에 따라 의결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관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며 탄핵 절차가 부적법하다고 봤다. 두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은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총 5명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한 공모,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김건희 특검법 거부, 한 전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 4개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선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선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한 행위에 대해 “헌법 제66조와, 제 111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복형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 역시 나머지 소추사유와 마찬가지로 헌법·법률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는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로 논란을 증폭시켰다”며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중대하다고 봤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기각에 대해 “또 기각이다”라며 “민주당의 탄핵 중독에 경종을 울리고, 헌정 질서를 바로세운 역사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사법 정의가 원칙 위에 서 있음을 증명한 역사적 결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 방조’,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였다. 입법부의 권한을 도구 삼아 국정을 흔들려는 이 무리한 시도는, 87일 만에 헌재의 단호한 기각 결정으로 종지부를 찍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정치가 넘지 말아야 할 선, 헌법이 지켜야 할 경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정을 공백 상태로 몰아넣은 민주당의 책임은 매우 무겁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 정치가 다시는 헌법을 정치 도구로 삼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무소불위의 의석수를 무기로 무책임한 탄핵 정국을 주도한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며 “이제라도 정쟁과 극단적 대립이 아닌, 민생과 국익을 위한 책임 정치에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또 “이제 중요한 것은 국정 정상화와 혼란의 수습”이라며 “한덕수 총리가 즉각 업무에 복귀해 그동안 정체됐던 국정의 동력을 회복해야 한다. 경제, 통상, 안보 현안에 다시 속도를 내고, 특히 한미간 주요 외교 일정과 전략 현안도 안정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