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떡상 중인 K-방산이 직면한 장벽들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5.03.21 16:21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연장로켓포 '천무'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세계 각국이 한국의 첨단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무기를 생산하는 국내 주요 7개 업체 수주 잔액이 지난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만들기도 전에 구매해 가기 때문에 3년치 일감이 밀려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K-방산 주력 제품은 전차, 미사일, 전투기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군함 건조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조선산업도 K-방산 주력 상품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K-방산은 최근 10여 년 사이에 크게 성장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한국의 무기 수출액은 세계 9위다. 특히 2022년 수출액은 173억 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5년간 2.4%에 불과하지만 수출액은 그 이전 5년 대비 74% 증가해 세계 상위 10개국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K-방산의 미래가 온통 장미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 3일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글로벌전략연구원 양단지(楊丹志) 박사는 중국 매체 환구시보에 ‘한국 무기 수출은 병목현상에 직면해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실었다. 그는 논평에서 한국이 최근 가성비를 장점으로 무기 수출에 비약적 발전을 보여주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의문이라며 두가지 장벽을 지적했다.

첫번째 장벽은 한국 수출 상품이 저가형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양 박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최첨단 무기는 미국의 기술 규제 때문에 한국이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없다”며 “한국은 당분간 경화기(輕火器), 장갑차, 자주포 등 로우엔드 제품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KF-21 전투기를 예로 들며 “한국이 독자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기술면에서 아직 많은 결함이 있고, 핵심 부품은 대부분 유럽과 미국산”이라고 폄하했다.

두번째 장벽은 K-방산의 약진이 미국과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양 박사는 “미국은 그동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으로 한국의 현대적 군수산업을 지원해 왔다”며 “그러나 한국의 무기 수출이 미국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게 되면 양국 간 마찰은 피할 수 없게 되고, 미국의 기술 제재는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에 대한 세가지 타개책으로 ‘로우엔드 시장에 집중할 것’과 ‘미국으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아 낼 것’ 그리고 ‘기술 자립을 위해 투자를 늘릴 것’을 제안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EU 일각에서 한국 무기수입이 급증하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K-방산이 직면한 장벽 중 하나다. EU는 지난 19일 회원국들에게 무기 공동조달을 위한  대출금 238조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 방산기업들이 직접 계약을 따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기 구매 조건에 유럽산 부품이 65% 이상이어야 하고 생산 시설이 유럽 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EU 집행부는 물론 NATO와 방산협력 등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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