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성추문 스캔들 후지TV, 주가 급등 이유?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5.02.19 18:22 / 수정 2025.02.20 10:27

후지TV 편성부장 A씨가 여성 아나운서를 유명 MC에게 성상납하려했다는 기사를 게재한 일본 잡지 슈칸분슌 지면 갈무리

일본 매체 슈칸분슌은 지난해 12월 일본 유명 아이돌 그룹 스마프(SMAP) 리더이자 방송 진행자로 인기를 얻어 온 나카이 마사히로(中居正広 52)의 성추문 사실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나카이가 후지TV 간부(편성부장) 주선으로 같은 방송국 아나운서와 식사 자리를 가졌고 그곳에서 이 여성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나카이는 겸손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말솜씨로 일본 국민 MC로 활동해 왔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5~6개 간판 예능프로그램 MC를 맡으며 ‘시청률=나카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냈다. 인기를 등에 업고 연예계에서 군림하던 그는 성추문 이후 여성과 합의한 뒤 공식 입장문을 내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도요타, NTT 등 주요 기업들이 후지TV 광고 보이콧에 나서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결국 나카이는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후지TV는 이 스캔들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 직원의 개입은 없었다"고 발표하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여론은 점점 악화됐고 보이콧하는 광고주들이 늘어나자 지난 1월27일 가노 슈지(嘉納修治) 회장과 미나토 고이치(港浩一) 사장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1~2월 광고가 대량 빠지면서 경영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된 후지미디어홀딩스 주가가 거꾸로 급등한 것이다. 2025년 초 1712엔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2일 2718엔으로 한 달여 만에 1000엔 이상 오르며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추문 사태로 이미지가 손상되고 광고매출이 급감한 후지TV의 주가는 도대체 왜 고공행진하는 것일까? 다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주주총회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다. 후지미디어홀딩스 지분을 7% 이상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달튼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4일 후지TV 측에 모기업 후지미디어홀딩스의 히에다 히사시(日枝久) 이사 사임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히에다 이사는 후지TV와 후지 미디어 홀딩스의 회장과 CEO를 모두 역임하며 40년 가까이 후지 그룹에서 군림해 온 인사다. 지난해에만 195억엔,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창출해 낸 후지 그룹의 부동산 사업을 키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달튼 인베스트먼트는 성희롱 사태를 둘러싸고 후지TV가 취해 온 미온적 대처의 배후에 히에다 이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후지TV는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히에다 이사가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어 회사의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달튼 측 의견이다.

올해 후지미디어홀디스 주총은 6월로 예정돼 있다. 40년 군림해 온 ‘후지의 제왕’에 대한 달튼의 공격에 동조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제왕의 퇴임’에 동참하기 위해 후지미디어홀딩스 주식을 대량 매집했고, 이것이 주가 급등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 이유는 저평가 돼있는 후지미디어홀딩스 주가다. 이 회사는 부채 대비 5천억 엔을 초과하는 부동산 및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4천억 엔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PBR(주가순자산배율)이 0.4배에 불과하다. PBR이 낮은 기업은 경영 개선 또는 자산 매각을 통한 가치 상승 기회가 많아 저평가된 주식으로 인식된다. 오는 6월 주총에서 후지미디어홀딩스가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개혁안에 기대를 걸고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위치한 후지TV 사옥(후지TV 홈페이지 갈무리)

TV아사히 다마가와 도오루(玉川徹) 해설위원은 후지미디어홀딩스 주식의 저평가에 대해 “양호한 자산 상태에도 불구하고 상응하는 이익이 나와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 모두 잘못된 경영 탓이기 때문에 기존 경영진들이 유능한 경영진으로 교체되면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주주들은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현재 후지미디어홀딩스 사업부는 크게 미디어(후지TV)와 부동산(산케이 빌딩 등) 개발 두 가지로 나뉜다.매출은 미디어 사업이 전체 매출의 74.5%를 차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32%에 불과하다. 반면 부동산 개발 및 관광 부문 영업이익은 65.6%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주식 저평가 원인이 회사 근간인 미디어 사업의 취약성과 전문성 결여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마가와 해설위원은 “경영진 문제는 비단 후지TV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후지TV에 젊고 유능한 경영진이 들어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실적이 개선되면 다른 방송국들도 영향을 받아 개혁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