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뉴스1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과거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장교란 등에 악용했던 가처분을 또 다시 남용하며 시장과 주주를 호도하고 있다.
2주 전 아무런 근거 없는 추측에 기반한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각하·기각이 예상되자 슬그머니 취하하더니, 이번에 소액주주 보호 및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마저 반대하며 또 다시 법원으로 달려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MBK·영풍 측은 앞서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 과정에서도 2차례에 걸친 재탕 가처분과 이를 이용한 사기적 부정거래 및 시장교란 행위 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점을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법을 남용하고 악용함으로써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며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영풍이 환경오염 위반으로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른 정부의 조업정지 58일 행정처분이 나오는 날, 그것도 비슷한 시간에 가처분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그 의도와 목적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MBK·영풍은 30일 고려아연 이사회가 앞서 지난 23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결의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의 건’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주주 제안은 유효하더라도, 집중투표제를 적용해 이사 선임을 하자는 주주 제안은 효력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앞서 여러 차례 설명했듯, 내달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집중투표제는 법률에 의거한 합법적이고 적법한 행위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주주 제안)’과 이 안건의 가결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의 건’ 모두 법적으로나 절차적인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상장 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주가 회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하는 것은 상법상 적법한 행위다. 이는 다른 기업의 수많은 선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주주 제안은 아무런 법적 문제나 하자 없이 실제 주총에서 여러 차례 진행됐다.
또 대법원 판례로도 충분히 입증된 사항이기도 하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62362 판결)에 따르면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은 그 결의가 있는 때에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결국 변경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변경된 정관에 따른 주주제안을 사전에 하는 내용의 조건부 집중투표 역시 합법적이며 적법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MBK·영풍 역시 이런 법조계의 해석이나 대법원 판례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또 다시 ‘묻지마식 가처분’에 나선 형국이다. 이는 자신들이 내세웠던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조차 눈 앞에 이익과 배치될 경우 언제든지 내팽개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다. 또한, MBK·영풍이 소액주주들을 포함해 다른 주주들의 이익이나 권익 보호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MBK와 영풍의 조급함을 엿볼 수 있다. MBK는 조 단위가 넘는 차입금과 높은 요구수익률을 맞춰야 하는 LP자금을 쓴 탓에 고려아연의 이사회 장악과 이를 통한 고배당 의결 등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영풍 역시 석포제련소의 황산 등 위험물질과 제련잔재물을 고려아연에 넘겨 처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장악이 절실하다. 고려아연을 활용해 두 달 간의 조업정지 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영풍은 당장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필요한 셈이다.
이 때문에 자신들이 내세운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마저 도외시한 채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풍이 환경오염 위반에 따른 대법원 확정판결과 정부의 조치에 따라 조업정지 58일이라는 행정처분을 받게 된 날 비슷한 시간에 가처분 제기 보도자료를 낸 의도 역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자신들의 허물을 다른 이슈로 돌리기 위한 전형적인 여론플레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아울러 이번 가처분은 지난 공개매수 과정에서 이들이 2차례의 재탕 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원에 의해 모두 기각된 과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MBK·영풍 측은 최근에도 대차거래 등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은 허위사실에 기반해 아무런 근거 없이 무리하게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며 여론플레이를 하다가 각하, 기각 가능성이 커지자 급히 가처분을 취하한 바 있다. 이런 행보를 고려했을 때 이번 가처분 역시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신청한 것인지, 아니면 가처분 사실을 활용해 또 다시 비방전을 벌이고 시장과 주주, 투자자를 호도하기 위해 신청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보호 장치이자 권한 강화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로 꼽힌다는 점에서 MBK와 영풍의 이런 행태가 의아하다는 평가가 많다. 또한 소액주주 및 시민단체, 정부와 정치권마저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추진하고 있는 제도다.
특히 MBK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국내 기업들에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는데, 정작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으니 발끈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집중투표제 자체의 취지와 의미, 효과 등에 집중하기보다는 임시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계획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만 매몰된 채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상법상(제363조의 2) 총회일로부터 6주 전에 주주제안이 제출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회사가 제안요청을 받고 소집통지 기타 안건작성 등 총회를 준비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상법 제542조의 7을 보면 집중투표청구에 대해서도 이와 동일한 취지로 6주의 제한을 두고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법적, 절차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임시주총 안건으로 확정한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MBK·영풍은 물론이고 연기금과 기관, 소액주주 단체 등 소수주주가 추천한 이사 역시 선임이 가능해 이사회의 다양성이 한층 강화된다. 이는 현행 이사회와 현 경영진의 기득권을 상당 부분 내려놓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소수주주보호 규정 신설과 분기배당 도입, 발행 주식 액면 분할,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들도 안건으로 상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 임시주총 신청한 사실을 시장과 주주, 정부 당국과 정치권, 그리고 울산시민을 포함한 온 국민이 인지하고 있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 대신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안건을 통해 정당한 지지를 받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