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포티의 광화문酒歌]
10년 전 쯤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와인이 대중화되던 시기 와인 코너를 구경하고 있으면 수입사에서 파견된 직원 분이 다가와 찾으시는 거 있냐며 열이면 아홉은 모스카토 다스티를 추천해 주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수입사의 와인들을 골고루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던 저는 주로 수입사 직원 분들이 퇴근하고 난 밤 8시 이후를 노려 와인 코너를 방문해 마음껏 구경하곤 했지요.
'모스카토 다스티' (Moscato d'Asti)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주의 '아스티'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 품종의 화이트 와인을 의미합니다. 쉽게 우리의 사과에 비유하면 경상북도 청송군에서 생산되는 '청송사과'라고 보면 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모스카토라고 불리는 이 청포도 품종은 고대 중동 지역에서부터 재배되다가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통해 유럽에 전해져 지금은 지역에 따라 포르투갈 '모스카텔', 스페인 '모스카텔', 독일 '무스카텔러' 등의 비슷하지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모스카토다스티는 맥주와 비슷한 5~6도 정도의 낮은 알콜 도수라 술 맛이 강하지 않고 잔잔한 기포감이 있고 열대과일류의 달큰한 향과 달콤한 맛이라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한 입 마셔보면 '맛있어!'하고 단번에 매력이 빠질 수 있는 와인이죠.
우리의 전통주 중 '한산소곡주'의 별명이 달큰한 맛에 계속 마시다가 결국 취해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된다는 '앉은뱅이술'인 것처럼 모스카토다스티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이성과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화기애애하게 분위기가 무르익고 관계가 급진전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프로포즈용, 데이트용 '작업주'라는 별명이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프로포즈나 데이트의 목적으로 와인을 마실 일이 없는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모스카토다스티는 '초보자용'으로 점점 멀어지는 술이 되었습니다. 저 조차도 여럿 모이는 자리에서 술을 즐기지 않는 일행이 있을 때 함께 한 잔 할 수 있도록 배려 차원에서 구입하는 정도이고 제가 마실 목적으로는 구입하지 않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요. 그러던 와중 지난 11월 말, 모스카토다스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모스카토 와인을 테이스팅 해볼 수 있는 시음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신세계 그룹 뉴스룸)
신세계 L&B 와인앤모어 양윤철 점장이 호스트한 자리로 6종의 모스카토다스티, 1종의 모스카토 스파클링 와인, 1종의 드라이와인을 시음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본격적으로 모스카토다스티 6종을 비교 시음하기에 앞서 모스카토의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하는 차원에서 약간의 단맛이 있는 모스카토 100%의 스파클링 와인 '칸티 아스티 세코 (Canti Asti Secco)'와 단맛이 전혀 없는 드라이한 '아지엔다 아그리꼴라 499 에니그마 비앙코'(Azienda Agricola 499, Enigma Bianco)를 먼저 시음해보았는데 '에니그마 비앙코'라는 훌륭한 와인을 만났습니다.
흰 꽃 향과 청사과, 레몬의 풍미에 자몽의 쌉쌀함도 느껴졌고 산도도 훌륭해서 바로 음식과 마셔보고 싶은 업장이든 와인 매장이든 꼭 한번 다시 만나보고 싶은 와인이었습니다. 본격적인 모스카토다스티 6종 시음은 시중에 '3대장'으로 알려져 있는 전통의 강자 3종과 3대장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겨뤄볼만한 고퀄리티의 3종을 시음해 보았는데요.
모스카토다스티 3대장
그리고 시음회에서 다뤄진 와인은 아니지만 한 가지 더 추천한다면 마쏠리노 모스카토 다스티 (Massolino Moscato d'Asti) 입니다. 바롤로 생산자로 유명하지만 원래 특정 품종 와인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생산자는 다른 품종도 맛있게 만드는 법이거든요. 정확한 테이스팅 노트는 없지만 '와 맛있었다 또 마시고 싶다'는 기억이 뚜렷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간혹 모스카토다스티가 한잔 생각나는 순간을 고백합니다. 바로 떡볶이를 먹을 때 인데요. 낮술로 얼굴 붉어질 일 없이 시원하게 칠링된 한잔을 마시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혹시 전국의 떡볶이 가게 사장님들 중 와인 좋아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모스카토다스티를 글라스 와인으로 한 잔씩만 판매해주시면 어떨까요? 만일 생긴다면 꼭 한번 가서 매칭해보겠습니다.
[시음 와인리스트]
1. 라 스피네타 모스카토 다스티 브리코 꽐리아 2022 (La Spinetta Moscato d’Asti Bricco Quaglia DOCG) 3만원대
2. 비에티 모스카토 다스티 2023 (Vietti Moscato d’Asti DOCG) 2만~3만원대
3. 파올로 사라코 모스카토 다스티 2021 (Paolo Saracco Moscato d’Asti DOCG) 3만원대
4. 지디 바이라 모스카토 다스티 2023 (GD Vajra Moscato D’asti DOCG) 2만~3만원대
5. 스칼리올라 프리모 바치오 모스카토 다스티 (Scagliola Primo Bacio Moscato d’Asti DOCG) 5만~6만원대
6. 스카르파 모스카토 다스티 (Scarpa moscato d’asti DOCG) 3만~4만원대
7. 칸티 아스티 세코 (Canti Asti Secco)' 1만~2만원대
8. 아지엔다 아그리꼴라 499 에니그마 비앙코 2020 (Azienda Agricola 499, Enigma Bianco) 확인 불가
<필자 에버포티 소개>
22년 차 IT 업계 직장인. 주력 25년 차, 와인력 10년 차의 한 때는 주당.40대 중반인 지금은 70대 초반까지 건강을 잃지 않고 지속가능한 음주를 하기 위해 양은 줄이고 질은 높이는 주생활을 추구하는 중이며 이탈리아의 모든 와인과 이외 힘주지 않은 모든 화이트와인을 사랑합니다. 물론 샴페인은 힘줬어도 사랑합니다. 요즘엔 전통주도 참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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