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12 09:31
親기업 아베노믹스 5년 효과로 일본 제조업들 화려하게 부활
엔저 날개 일본車 경쟁력 급등, 美점유율 48%… 한국차 10%↓
조선·석유화학·철강·배터리 등 우리 수출 주력품목 모두 타격
도요타·렉서스·혼다 등 일본 자동차 메이커 5사(社)는 올 1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600만3000대 자동차를 팔았다. 점유율은 작년 37.2%에서 38.4%로 높아졌다. 특히 7~10월엔 시장점유율 48.7%로 최대를 기록하면서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 2대 중 1대가 일본 차였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에서 116만9000대 판매에 그쳐 작년보다 10% 넘게 줄었다. 일본 차는 한국 시장에서도 작년보다 25% 늘어난 3만9968대를 팔아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18.8%로 끌어올렸다.
일본 제조 업체들이 '아베노믹스'와 '엔저'를 무기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등 친(親)노동 정책과 규제에 신음하는 우리 기업은 최근 엔화 대비 원화 환율까지 가파르게 하락하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은 엔저 날개를 달고 나는데 우리 기업들은 손발 묶인 상태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기업 氣 살리기' 아베 정책 업은 일본 기업
일본 전자 기업 소니는 지난 7~9월 작년보다 22% 증가한 2조600억엔(약 2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46% 급증했다. 소니는 올해 6300억엔의 영업이익을 예상하는데 1998년 이후 20년 만의 최대다. 게임 업체 닌텐도도 4~9월 399억엔(약 3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로 돌아섰다.
2012년 12월 말 출범한 아베 정부의 '아베노믹스' 효과로 일본 제조업이 부활했다. 아베노믹스는 규제 개혁과 법인세 인하 정책 같은 친(親)기업 정책과 엔화 약세를 골자로 한 '기업 기(氣) 살리기'가 핵심이다. 2013년 37%였던 일본의 법인세율은 꾸준히 인하돼 29.74%까지 낮아졌지만 최근 미국, 프랑스가 법인세 인하에 나서자 한시적으로 20%까지 추가 인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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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EPA 연합뉴스
일본 상장 기업의 올해 순이익은 2년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실업률은 아베 정부가 출범한 2012년 12월 4.3%에서 올 10월에는 2.8%로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총생산(GDP)은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증가했고, 닛케이지수는 2만3000에 육박하며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 엔저 쇼크
반면 한국 기업은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에 고전 중이다. 지난 9월 초 100엔당 1045원이던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11일 963원대로 하락했다. 석 달 만에 8% 가까이 급락하면서 2015년 12월 이후 최저로 하락했다. 아베노믹스가 막이 오른 2012년 말과 비교하면 20% 넘게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 금리를 올린 데 반해 아베 정부는 매년 80조엔의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이어갈 예정이어서 엔화 대비 원화 환율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주력 산업이 제조업이고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일본"이라며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우리는 일본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는 타격이 크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시장 판매가 12% 감소하는 등 부진 속에서 엔저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는 일본 차에 더욱 밀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보성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 이사는 "엔저가 시작되기 전인 2011년 쏘나타와 혼다 어코드의 글로벌 시장 가격 차이는 10%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로 줄었다"고 말했다
◇엔화 대비 원화 환율 10% 하락하면 수출 4% 감소
엔화 대비 원화 환율 하락은 일본과 경쟁 구도를 펼치는 조선·석유화학·배터리·철강·기계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 모두에 부정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이나 싱가포르에 대형 수주를 빼앗긴 건 인건비로 인한 가격 경쟁력 탓이었는데, 환율 하락까지 겹치면 일본에도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미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놓고 한·일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장기적으로 일본 업체에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는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우리는 법인세·임금 인상 등 기업의 생산비를 높이는 정책만 펼치고 있다"며 "지금 수출은 호조지만 엔저의 영향은 6개월 뒤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10% 떨어지면 석유화학 수출은 13.8%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11.4%), 기계(-7.9%), 자동차(-7.6%), 가전(-6.9%), 정보기술(-6.9%) 등 다른 주력 제품 수출도 많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입은행은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10% 떨어지면 우리 수출은 평균 4.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