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내우외환... 그래도 미래 향한 비상구를 찾는다"

    입력 : 2017.03.03 09:53

    [창간 97 특집] 삼성… 현대·기아… LG… SK… 롯데


    요즘 국내 주요 대기업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우울하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지난해 말부터 검찰과 국회, 특검에 줄줄이 불려갔다. 이들은 당분간 피고인이든 증인으로든 계속 법정에 불려갈 수밖에 없다. 국내 정치권 상황도 심상치 않다. 현재 정치권에선 상법 개정안 등 기업 경영 활동에 제동을 거는 각종 법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어느 때보다 높은 반(反)기업 국민 정서를 등에 업고 이런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미국 시장에서도 비(非)무역 장벽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경영에만 온전히 힘을 쏟아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인데, 경영 외적인 측면에서도 각종 악재가 쏟아져 말 그대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우리나라 기업은 원래 위기에 강한 특성이 있다"며 "강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듯이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미래 대응에 나선다면 앞으로 50년, 100년을 영속하는 강력한 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지만, 단순히 오늘의 위기 극복뿐 아니라 '100년 삼성'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가전·반도체·스마트폰에서 이룬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바이오 분야에서도 확실한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가져온 IT(정보통신) 업계 패러다임 변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양적 성장보다 고객 가치를 우선하는 질적 경영을 통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바이오 분야에서는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5년 남짓 만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6종의 제품을 보유한 글로벌 바이오 제약 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생산 기술 혁신을 통해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7~8년에서 4~5년으로 단축해 경쟁사에 비해 빠른 속도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진다.' 최근 우리 기업을 둘러싼 안팎의 경영 환경은 어둡지만 기업들은 곧 다가올 새벽을 기다리며 미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7'에서 삼성SDS는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용 통합 보안 솔루션을 시연했다. 2 현대차는 도심 자율 주행을 시연하고, 3 LG전자는 종잇장처럼 두께가 얇은 올레드(OLED) TV를 선보였다. 4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외 경영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투자와 채용에 적극 나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올해 사상 최대 투자에 나섰다. 5 롯데그룹은 우즈베키스탄에 롯데케미칼 주도로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를 만들어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공세, 업체 간의 기술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 환경에 처하면서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에 직면했다. 현대·기아차는 고급차 시장 공략, 친환경차 경쟁력 강화, 스마트카 시장 선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등을 위기 극복의 4대(大) 키워드로 정해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1월 새해 인사 모임에서 "주력 사업은 사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객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며, 신성장 사업은 힘을 모아 제대로 육성하고 자원을 집중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LG는 프리미엄 가전, 고부가 기초 소재 등 주력 사업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자동차 부품, 에너지 솔루션 같은 신성장 사업 분야에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SK는 과감한 투자로 승부수를 띄웠다. 위기 상황에 수세적으로 대응할수록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K는 지난 1월 LG실트론을 62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월에는 다우케미컬 에틸렌아크릴산 사업을 4200억원에 인수했다. SK그룹 내에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SK그룹 16개 주력 계열사는 올해 사상 최대인 1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11조원을 국내 시설에 투자한다. 지난 2년간 6조원을 투자했던 SK하이닉스는 올해 7조원을 투자한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롯데그룹도 다가올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가슴에 품고 변화와 혁신에 힘써야 한다. 그룹 성장의 원동력인 도전 정신을 다시 보여 달라"며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올 4월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의 그랜드 오픈을 계기로 롯데의 재도약에 시동을 걸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