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02 09:26
[공모주 시장 봄날은 오나]
- 넷마블게임즈·에너지 공기업…
작년 상장 연기된 호텔롯데, 재도전 땐 역대 최대 13조 규모
- 대박보다는 작은 수익 노려라
작년 공모가 지나치게 올려… 상장기업 80곳 중 47곳이 '―'
"거품 빠진 지금이 투자 적기"
넷마블게임즈, 이랜드리테일, 남동발전, 동서발전, ING생명….
올해 국내 증시에 데뷔해 스타가 되길 꿈꾸는 신인들이다. 이 기업들이 공모주 시장에서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이 1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장이 연기되었던 호텔롯데가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면, 올해 공모 금액은 역대 최대인 13조원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는 넷마블게임즈와 에너지 공기업을 비롯해 공모 금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면서 "지난해는 바이오·헬스케어와 화장품·의류 등의 업종이 활발했지만 올해는 에너지·IT 부문 기업의 IPO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 당국이 상장 규제를 풀어 만든 이른바 '테슬라 요건'의 상장 1호 기업이 탄생할지도 관심거리다. 테슬라 요건이란 지금은 적자(赤字)가 나고 있어도 성장성만 무궁무진하다면 상장할 수 있다는 것인데,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같은 우량 기업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IPO 활황의 역설
공모주는 한때 '부동산보다 공모주가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쏠쏠한 수익을 내는 투자처였다. 저금리 시대에 손해 볼 확률은 낮으면서 대박도 기대할 수 있는 안정적인 틈새 투자처로 소문났었다. 문제는 시중 자금이 공모주로 지나치게 쏠리면서 발생했다. 조광재 NH투자증권 상무는 "IPO 시장에 자금이 몰려 사겠다는 수요가 많아지다보니 일부 상장사가 몸값을 더 받을 수 있겠다며 공모가를 올려 잡았다"면서 "공모주 투자 승패는 가격(공모가)에 달려 있는데 공모가에 거품이 낀 기업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코스닥에 새로 상장한 기업 80곳 중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기업이 절반이 넘는 47곳에 달한다.
코스피에서는 지난해 7월 상장한 자동차 부품 업체인 두올이 -45%로 성적이 가장 나쁘고, 코스닥에선 신약 개발 업체인 바이오리더스가 -56%로 반 토막이 났다. 새내기 기업의 주식을 할인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공모주에 베팅하는데, 손실만 불리는 역선택이 된 셈이다.
공모주에 주로 투자하는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도 최근 5년 중 최저인 1.23%(연평균 수익률 기준)까지 떨어졌다. 부진한 성과에 실망한 자금은 재빨리 탈출하고 있다. 올 들어 한 달 동안 공모주 펀드에서만 3000억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지는 지금이 공모주 투자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이상범 리코자산운용 대표는 "공모주는 경쟁률에 따라 주식 수를 배정받기 때문에 요즘처럼 전망이 나쁘다면서 돈이 빠져나가 경쟁자들이 줄어들 때 오히려 먹을 게 많아진다"면서 "시장이 차분해지면 자금이 필요해 상장하는 기업들도 공모가를 비싸게 책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봄날 기다리는 IPO
아직 IPO 시장엔 찬바람만 가득하다. 일부 기업은 아예 상장을 철회했고, 공모가가 희망 가격을 밑돌자 상장 일정을 무기한 미룬 기업도 등장했다. 김남규 한국투자증권 PB는 "만약 주식시장이 강세로 돌아선다면 투자 심리가 좋아져 공모주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시장에는 약 20개 기업이 입성할 예정이다. 이 중 상반기에 가장 기대되는 IPO 유망주는 모바일 게임업체인 '넷마블게임즈'다. 지난 2015년에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모바일 게임 업계의 강자다. 지난해 선보인 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이 대박을 터뜨린 덕분에 2016년 잠정 매출도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오는 3~4월엔 상장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따라 실적이 양호한 에너지 공기업인 남동발전과 동서발전도 각각 1조원 규모로 올해 상장을 추진한다. ING생명도 이달 중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고 5월 중 IPO를 할 예정이다. 4조1000억~5조3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공모를 추진하던 호텔롯데는 지난해 롯데그룹 검찰 수사로 무산됐지만, 올해 재추진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눈 밝은 '공잘알'에게 물어라
공모주 투자로 수익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소문이 나고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기업은 청약 경쟁률이 치열해서 주식 수를 원하는 만큼 배정받지 못한다. 투자 원금을 고려하면 최종 수익률은 예금 이자보다 못한 경우도 많다. 반면 청약 경쟁률이 높지 않은 기업은 상장 후에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여 불안하다. 그래서 공모주는 현금 자본을 많이 움켜쥔 투자자들(일명 공모꾼)만의 리그로 불리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공잘알(공모주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를 일컫는 말)로 불리는 박동흠 회계사는 "공모주 투자는 화끈한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작은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최근 공모주 참여 기관들은 상장 첫날 물량을 바로 내던지는 등 단기 투자를 해서 수급에 따른 가격 변동이 심하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