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탈퇴 도미노... 시중 은행으로 확산

    입력 : 2016.12.12 09:18

    ['정경유착의 창구' 비판일자… 설립 55년 만에 존폐 기로]


    연간 수입 900억원 달하지만 사무국이 조직 운영 좌지우지
    "기업 대변 제대로 안해" 지적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같은 순수 정책기관 탈바꿈 바람직


    1961년 설립한 전국경제연합회가 55년 만에 '해체냐 환골탈태냐' 존폐 기로로 내몰렸다.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회원사 이익보다는 정권 비위 맞추기에 치중, '정경유착 창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회원사인 삼성그룹·SK그룹·LG그룹 총수들이 지난 6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탈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이 이번 주 중 탈퇴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


    ◇싱크탱크 전환 유력… 해체 주장도


    전경련은 탈퇴 도미노가 심상치 않자 서둘러 쇄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600여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간담회와 면담 등을 거쳐 내년 2월 정기 총회 때까지 최종 쇄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재계에선 전경련이 경제 이익단체 기능을 축소·폐지하고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싱크탱크(민간 연구기관)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연구기관으로 워싱턴DC에 본부가 있다. 1973년 설립 이후 정부나 정치권에 거리를 둔 채 경제·정치·안보·외교·복지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정책을 제안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설립자 3명 중 하나인 에드윈 퓰너 전(前) 재단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고문이기도 하다. 헤리티지재단은 외부 입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 예산을 100만명에 육박하는 후원자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이번 기회에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주요 회원사도 전경련 역할을 부정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 해산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기업 대변 제대로 안 한다" 불만


    전경련 혁신론 밑바탕에는 회원사들의 오래된 불만이 깔려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가 기업을 압박할 때 전경련이 오히려 동조하거나 앞장섰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복절 70주년 때도 정부에서 전국 각지에 '신바람 페스티벌'이란 기념 축제를 구상했는데, 문제는 광복절을 불과 보름 남겨놓고 전경련에 불꽃놀이와 연예인 공연 등을 기업 협조를 받아 개최하라고 요구한 것. 삼성·현대차·SK·한화그룹 등은 "불꽃놀이나 공연 준비에 최소 2~3달 필요하고 행사장 안전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상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전경련 사무국은 "VIP(대통령) 뜻"이라며 이를 밀어붙였다.


    전경련은 올 들어서도 내년 고(故)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대해 1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슬그머니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투명한 운영도 개선 대상


    불투명한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전경련은 회원사 회비로 운영되는 사단법인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수입·지출 내역 공개를 꺼린다. 재계에선 전경련 연간 수입을 9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이 중 400억~500억원 정도를 600여개 회원사 회비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임대료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비 절반 정도를 5대 그룹이 부담하는데 삼성이 연 100억원, SK와 LG도 각각 50억원 안팎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준공한 전경련회관은 연 면적이 17만㎡에 달하는 지상 50층짜리 초고층빌딩. 회관 건물이 전경련 자산(2014년 기준 약 36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경련 해체가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법적으로 사단법인은 회원의 75% 이상 동의로 해산할 수 있다. 전경련 회원사 가운데 450여개사가 찬성하면 해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경련 같은 '비영리 사단법인'은 해산 시 자산을 정리하고 남는 부분을 유관단체로 이관하거나 국고에 귀속해야 한다. 게다가 해산 과정에서 회원사가 그동안 납부한 회비만큼 전경련회관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면 소유권 분쟁도 불거질 수 있다. 재계에선 이런 점들 때문에 전경련의 싱크탱크 전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전경련이 싱크탱크 전환을 결정하면 새로 만들어지는 싱크탱크로 자산이 넘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