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11 09:39
구글, 음성 인식 스피커 출시
애플, 미국 건설사와 손잡고 붙박이 스마트홈 기기 판매 추진
IT(정보기술) 기업들의 눈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 TV 등 개별 제품을 개발·판매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런 제품을 통신으로 연결해 원격 제어할 수 있게 만들어 소비자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스마트홈(smart home)'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홈은 이제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여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IT 공룡들, 스마트홈 제품 잇따라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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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윗쪽 사진부터) 미국 건설사 레너(Lennar)가 캘리포니아주에 짓고 있는 주택의 TV 화면에 애플의 스마트홈 기능이 나타나 있다. 구글은 최근 음성인식 스마트홈 스피커 '구글 홈'을 출시했고, 아마존은 ‘에코’를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에 내놨다. / 블룸버그·아마존
구글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음성인식 스피커 '구글 홈'을 4일(현지 시각)부터 미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글 홈은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질문에 대답할 뿐만 아니라 집 안의 각종 기기를 원격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거실 TV에 음악 프로그램을 틀어줘"라고 말하면 스피커가 이를 알아듣고 무선 연결된 TV를 작동시키는 식이다.
인공지능을 오래 사용할수록 점점 더 똑똑해진다는 강점도 가지고 있다. 사용자가 특정 시간대에 자주 듣는 음악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곡명(曲名)을 지정하지 않고 "아침에 듣는 노래 좀 틀어줘"라고만 해도 취향에 맞는 음악을 인공지능이 골라줄 수 있는 것이다.
구글 홈은 아마존이 2014년에 먼저 출시한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의 대항마로 꼽힌다. 에코 역시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구글 홈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아마존은 지난 9월 에코를 독일·영국에 출시하며 시장을 유럽으로 확대하고 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는 데는 검색으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구글이 앞서지만, 다양한 기기를 원격 제어하는 것은 먼저 출시된 아마존이 앞서고 있다는 것이 IT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코가 더 넓은 범위의 스마트 기기들과 연동된다"고 평가했다.
에코에 이어 구글 홈까지 출시되면서 음성인식 비서 기기 시장은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음성인식 비서 기기 출하량이 작년 110만대에서 오는 2020년 151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애플도 스마트홈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미국 건설사들과 손잡고 스마트홈 기기를 주택에 붙박이로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애플은 음성인식 스피커를 허브(구심점)로 제품 생태계를 넓혀가는 구글·아마존과는 다른 접근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스마트홈은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시리(Siri)' 또는 아이폰의 스마트홈 앱(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집안의 가전제품이나 조명을 제어하는 방식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사용자가 아이폰이 아닌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꾸면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애플로서는 소비자가 계속 아이폰을 쓰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아이폰 판매량 상승세가 꺾인 애플이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도 스마트홈 경쟁 가세
국내 기업들도 스마트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 출시가 스마트홈 시장 공략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수한 인공지능 벤처기업 '비브 랩스'의 기술을 활용해 갤럭시S8에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기능을 탑재한 뒤 TV·냉장고 등 다른 가전제품과 연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이인종 부사장은 "냉장고에 명령을 내려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TV 화면에 띄우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지난달 통신 기술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전구, 플러그, 동작 감지기 등을 출시했다. 스마트홈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TV·생활가전 등 주력 사업 분야가 아닌 곳에서도 제품을 내는 것이다. 가구 전문업체 한샘과 손잡고 스마트홈 관련 제품과 기술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의 스마트홈 기술력과 한샘의 가구·인테리어 디자인 노하우를 결합해 주거 환경을 혁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