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수요 반짝 상승... 바닥 기던 메모리반도체價 오름세로

    입력 : 2016.10.10 09:31

    - PC용 D램값 지난달 7.4% 상승
    美공공기관 낡은 PC 대대적 교체, 세계적 히트 PC게임 등장 영향
    D램, 4분기엔 30% 상승 전망… 낸드플래시도 10~15% 오를 듯


    - 스마트폰용 메모리 수요도 많아
    갤노트7 새 제품 대량 생산, 아이폰7 예약판매 동나
    LG·구글도 신제품 선보여… 中업체들도 프리미엄폰 내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상승 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상반기까지 하락을 거듭하다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연말까지 가격이 더 크게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거래 사이트 D램 익스체인지는 지난달 PC용 D램 반도체 평균 가격이 8월보다 7.4% 상승해 14.5달러를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또 4분기에는 D램 가격이 3분기보다 30%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역시 4분기에 가격이 10~1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D램은 전원이 꺼지면 정보가 사라지기 때문에 PC·스마트폰 등의 임시 기억장치로 사용된다. 이와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보존되는 낸드플래시는 데이터 저장 장치로 쓰인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로 사용되는 PC나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그런데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시적 PC 수요 회복이 가격 끌어올려"


    반도체 업계에서는 PC 수요가 지난 2분기부터 일시적으로 회복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윈도10'의 무료 업데이트가 지난 7월 종료된 것이 수요 상승 원인 중 하나다. 새 운영체제를 구입하면서 PC까지 함께 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또 미국 공공기관에서 최근 낡은 PC를 대거 교체하고 있고, 5월 출시된 '오버워치'처럼 세계적으로 히트한 PC 게임이 등장하면서 성능 좋은 PC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6429만대로, 1분기(6373만대)보다 소폭 상승했다. PC 중앙처리장치(CPU) 세계 1위 업체인 인텔은 지난달 올해 3분기 매출액 전망을 기존 149억달러(약 16조6200억원)에서 156억달러로 올리면서 PC 수요 강세에 따른 조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PC 수요가 일시적으로 회복되고, 스마트폰 판매량도 늘어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향후 PC·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이 커지면서 수요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반도체의 원재료에 해당하는 실리콘 원판을 살펴보는 모습. /이상선 기자


    PC 판매량이 늘어나면 PC용 D램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한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서버(대형 컴퓨터) 등 다른 제품에 탑재되는 D램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PC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D램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갑자기 키우지는 못한다"며 "정해진 생산 능력 안에서 PC용 비중을 늘리면 스마트폰·서버용 D램 생산량은 줄어드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강세다. 우선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8월 이후 잇따라 출시되면서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 제품을 대량 추가 생산하고 있고, 애플 아이폰 역시 대부분 모델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저장 장치인 낸드플래시 용량이 부족하다는 소비자 지적에 따라 올해는 256GB(기가바이트) 대용량 모델을 추가했다. LG전자가 지난달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을 출시했고 구글도 하드웨어 시장 공략을 선언하고 지난 4일(현지 시각) '픽셀'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대용량 저장장치 탑재 제품 위주로 생산체제를 전환했다. 과거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웠지만 대용량 D램을 채택해 스마트폰 구동 속도 등 성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비보·원플러스 등은 세계 1위 삼성전자의 최신 모델보다 D램 용량이 더 큰 제품도 내놓고 있다.


    ◇"당분간 상승세 계속될 것"


    가격 상승세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황민성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는 PC·스마트폰 완제품 제조사들은 지난 2분기까지 반도체 재고를 대부분 소진했다"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재고를 축적하려는 움직임이 적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확대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PC 출하량이 줄고 스마트폰 역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제품 1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은 커지기 때문이다. PC의 경우 가상현실(VR) 기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메모리 용량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반 PC 대비 D램 용량이 3배 이상 요구된다. 스마트폰은 사물인터넷 확산이 큰 동력이다. 향후 스마트폰은 가전제품이나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는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를 보관·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PC 하드디스크(HDD)를 대체하는 저장 장치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확산도 낸드플래시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SSD는 원판형 하드디스크에 비해 크기가 작은 데다 속도는 훨씬 빠르기 때문에 데스크톱·노트북 PC를 훨씬 얇게 만들 수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나 주가도 상승세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2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계속 올라 지난 7일 4만2200원을 기록했다. 5일에는 시가총액 31조100억원으로 현대자동차(30조8400억원)를 제치고 코스피 3위에 오르기도 했다. 7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콜이라는 악재에도 선방한 원인 중 하나도 반도체의 선전 덕분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20% 이상 올라 3조원대 중반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