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09 09:49
사회 공헌·교육 접목된 게임 인기
'잘 쓰면 약(藥), 못 쓰면 독(毒).'
IT(정보기술) 업계에서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게임이다. 스마트폰이나 PC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중독되면 제대로 된 사회생활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질 수도 있다. 또 게임상에서 일어난 갈등이 실제 현실 세계로 번져 폭행 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약' 같은 역할을 하는 게임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녹지(綠地)가 점점 줄어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게임, 인류의 난제(難題)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 있는 사람들의 두뇌를 합치는 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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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속에서 나무를 심으면 실제로 사막화된 지역에 나무가 심어지는 기부 게임 '트리플래닛'.
◇스마트폰으로 나무 심으면, 고비사막에 나무 자란다
'트리플래닛'이라는 모바일 게임은 가상공간에 펼쳐진 지도 위에 나무를 심고 기르는 방식이다. 중국·네팔·아프리카 등 나무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선택하고 여기서 주는 미션을 해결하면 자신이 명명(命名)한 나무를 심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특징은 사용자가 가상현실 속에 나무를 심으면 현실 세계 속에서도 똑같이 나무가 심어진다는 것이다. 한화와 같은 기업에서 사회 공헌 사업으로 식목(植木) 비용을 지원한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인 '트리플래닛'이 개발한 이 게임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표적 게임으로 꼽힌다. 현재 100만건 이상 다운로드된 이 게임을 통해 세계 각지에 심어진 나무 수만 43만 그루가 넘는다.
사막화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남수단 지역에는 나무가 1500그루 넘게 있는 '투애니원 숲'도 있다. 투애니원 팬클럽에서 단체로 이곳에 나무를 심고 숲 이름을 지은 것이다. 현재는 한국에서만 서비스 중이지만 앞으로 미국 등 해외 시장에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의 게임 디자이너인 제인 맥고니걸은 2010년 TED 강연에서 "빈곤·환경·비만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바로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용자가 게임을 할 때 쏟아내는 관심과 열정을 현실로 옮겨오자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게임과 현실을 잇는 '대안현실 게임'을 10여 개 이상 개발해 쏟아냈다. 이 게임에는 비만 퇴치부터 환경문제 해결까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션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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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게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게임 '한글 탐정 하나와 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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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넘기를 하면서 레벨도 올리고, 친구들과 순위 경쟁도 할 수 있는 '스마트 짐'.
◇운동과 치료를 도와주는 게임
게임 이용자의 건강을 챙겨주는 게임들도 있다. 미국 개발사가 만든 '망고 헬스(Mango Health)'라는 게임은 사용자가 캐릭터를 키우는 방식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일본 게임 '다마고치'와 유사하지만 다른 점은 게임 이용자를 위한 치료용으로 쓰인다는 점이다. 캐릭터의 등급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을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복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픈 사람이 빠르게 건강해지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또 캐릭터를 키우고 등급이 올라가면 포인트를 지급받는다. 이 포인트는 자선단체에 기부도 할 수 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도 살 수 있다. 이 게임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최근에는 건강관리(피트니스)용 앱에 게임 요소를 적용하는 경우도 많다. 나이키에서 만든 'NIKE+'라는 앱은 단순히 사용자의 건강 상태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같은 앱을 사용하는 친구들과 목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일정 수준까지 누가 빨리 도달하느냐 등을 경쟁할 수 있는 것이다.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줄넘기용 앱인 '스마트 짐' 역시 페이스북 계정을 연동해서 현재 사용자의 줄넘기 순위가 몇 등인지 확인할 수 있다. 게임에서 자주 쓰는 '랭킹'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게임을 활용해 이용자가 즐겁게 학습하도록 돕는 사례가 많다. 국내 게임 업체인 넥슨에서 개발해 서비스했던 '퀴즈퀴즈'는 게임을 하면서 시사 상식·한국어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다. '한글 탐정 하나와 두리' 같은 게임도 있다. 어린아이들이나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유학생 등이 탐정 역할을 하면서 도둑을 잡고 한글을 빨리 익힐 수 있도록 한 게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점차 게임 사용자 수가 늘고, 다양한 게임이 등장하면서 단순히 재미뿐만 아니라 기부·봉사·건강 등 다양한 가치를 창출해내는 게임도 대거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