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08 09:35
[데이터 반출요구 논란 증폭]
- 관련 부처도 의견 엇갈려
경제부처는 "긍정적 검토", 국토·국방부 "안보상 곤란"
- "법인세 안내려는 꼼수"
IT업계 "한국에 서버 두면 해결", 유럽은 구글 법인세 적극 징수
구글측 "한국법 어긴 것 없어"
미국 구글의 한국 상세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가 12일 정부 공동 협의체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 내부는 물론, 국내 IT(정보기술) 업계와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국내 IT 업계와 일부 시민단체·정치권에서는 "한국에서 세금 한 푼 안 내는 구글에 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신용현 의원(국민의당)은 최근 "정밀 지도 데이터는 우리의 안보 자산이자 미래 산업의 자원"이라며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넘겨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IT 업계와 여론은 "구글에 데이터 주는 건 역차별"
구글의 상세 지도 해외 반출 요구에 대해 관련 부처들은 의견이 엇갈린다. 미래부와 산업통상부 등 경제 부처는 구글 지도를 활용한 국내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육성과 해외 진출 지원을 이유로 "긍정적 검토"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다. 찬성론자들 사이에서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통상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반면 데이터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지리정보원)·국방부·국정원 등은 안보상 이유로 강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에서 국가 중요 시설을 삭제한 데이터를 구글에 제공한다고 해도 구글의 인공위성 사진 서비스인 '구글 어스'와 결합하면 복원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배치가 거론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같은 전략적인 군사시설 위치가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것이다. 구글이 해외로 갖고 나가겠다는 데이터는 도심의 골목길까지 표시되는 상세 지도다. 협의체에 참석하는 한 정부 관계자는 "1차 회의는 각 부처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였고, 12일 열리는 2차 회의에서는 이런 입장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여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IT 업계에서는 "구글은 한국법의 적용은 모두 피하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데이터만 요구한다"며 "허용하면 앞으로 이를 선례(先例) 삼아 더욱 많은 요구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글의 주장대로 '구글 지도의 한국 서비스'를 제대로 하기 위해 상세 지도가 필요하다면 한국에 서버(대용량 컴퓨터)를 두면 된다. 실제로 미국 애플과 중국 바이두는 국내에 서버를 두고 지도 데이터를 받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반출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
국내 IT 업체 고위 관계자는 "국내법에 따라 지도 서비스를 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대부분인데, 구글에 해외 반출을 허용하면 역차별 논란이 일 것"이라며 "구글은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면 이를 근거로 헬스케어·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 등 계속해서 데이터 유출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서 구글에 상세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56.9%로 찬성(22%)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구글이 세금 안 내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구글이 국내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법인세는 납부하지 않으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구글이 한국에 서버만 두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인데도 굳이 해외 반출에 집착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글은 한국 기업과의 광고 계약을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 아시아·태평양 법인과 맺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해외 법인에서 잡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서버를 한국에 두면 국내 세무 당국이 '서버=한국 내 사업장'으로 보고, 이런 수익에 세금을 징수할 근거가 생긴다.
따라서 정부가 지도 반출 여부와 함께 구글이 한국에서 거둬들인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의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구글이 한국에서 얼마를 버는지 매출도 밝혀지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 상황은 불공정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한국과 달리 유럽은 구글에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1월 구글로부터 1억3000만파운드(약 1889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 역시 지난 5월 재무검찰(PNF)이 파리의 구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법인세 징수를 추진 중이다. 이탈리아 정부 역시 올해 초 구글 측에 총 3억유로(약 37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구글코리아 측은 "구글은 현행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세금 관련 부분 역시 법을 어긴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