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04 10:57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통신 3사간 '독과점 攻防']
- KT·LG유플러스 "유료방송 장악 노려"
CJ헬로비전, 19곳서 점유율 1위… 유료방송 사업자 중에서 최다
SKT 방송·통신 결합상품으로 방송시장 지배 가능성 높아져
"공정 경쟁 훼손… 소비자 피해"
- SKT "독과점 주장은 사실 왜곡"
KT, 가입자 843만명 최대 사업자… SKT의 경쟁력 강화 막으려 반대
결합상품 증가세는 시장 트렌드, KT·LGU+도 결합상품 가입 늘어
"유료방송 산업 재편 신호탄"
요즘 통신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이다. SK텔레콤이 작년 말 인터넷TV (IPTV)와 초고속인터넷을 주(主)사업으로 하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국내 최대 케이블TV인 CJ헬로비전의 합병 계획을 발표한 뒤 KT와 LG유플러스는 사활을 걸고 합병 저지에 나섰다. 반발 이유는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결국 이동통신 시장에 이어 유료 방송시장도 장악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최고경영자(CEO)들까지 직접 나섰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주요 일간지 1면에 'SK텔레콤은 나쁜 인수합병을 포기하라'는 공동 광고를 2차례 실었다. 지난 1개월 사이 공동으로 '인수합병 비판' 보도자료도 5차례나 냈다. 반면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사실이 왜곡됐다. 방송·통신 산업 간 인수합병으로 새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 글로벌 추세"라며 전면 대응하고 있다.
◇KT·LGU+ "방송 시장도 이동통신 시장처럼 SKT 장악 우려"
이 '싸움'을 이해하려면 케이블TV, 인터넷TV(IPTV), 위성방송(KT의 스카이라이프) 등으로 이뤄진 '유료(有料)방송 시장' 구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케이블TV는 CJ헬로비전·티브로드처럼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들이 주축이고,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TV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KT, LG유플러스 등 결국 통신3사가 방송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에선 점유율이 50% 안팎이지만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선 10% 안팎이다. 만약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단숨에 유료방송 가입자가 746만명이 된다. 최근 방송통신위가 공개한 '201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전국 78개 방송구역 중에 점유율 1위 구역이 없지만 CJ헬로비전은 19개 구역에서 1위(2014년 기준)였다. 전체 유료방송 사업자 중 CJ헬로비전의 1위 구역이 가장 많았다. 반면 KT는 위성방송과 IPTV를 합쳐 '점유율 1위' 구역이 9개로 집계됐다.
게다가 SK텔레콤이 인수합병 후 휴대전화 서비스와 유료방송을 묶어서 싸게 파는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내놓으면 "방송시장도 이동통신 시장을 지배하는 SK텔레콤이 장악하게 된다"고 KT와 LG유플러스는 주장한다. 작년 6월 현재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포함)의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는 222만명으로 KT (163만명)와 LG유플러스(108만명)을 앞선 상태다. KT와 LG유플러스는 "2015년 상반기에 증가한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비중이 SK 53.9%, KT 24.9%, LG유플러스 21.2%로 집계됐다"며 "이는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지배력이 유료방송으로 전이(轉移)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SKT "KT가 유료방송 경쟁 막으려 반대"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KT가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LG유플러스와 KT 역시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합병해도 유료방송 시장의 최대 사업자는 KT라고 설명한다. 작년 9월 기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를 합친 수(746만명)보다 KT의 위성방송과 IPTV 가입자 합계(843만명)가 더 많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특히 "2015년 상반기에 증가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비중을 놓고 보면, KT가 41.8%를 차지했고 SK는 36.2%였다"며 "결국 KT가 유료방송 시장에서 SK의 경쟁력 강화를 막으려고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은 휴대전화 서비스와 유료방송 등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에 대해서도 "LG유플러스의 결합상품 가입자는 2012년 19만명에서 2015년 6월 108만명으로, KT 역시 이 기간 99만명에서 163만명으로 늘었다"며 "결합상품 증가세는 결국 시장 전체의 '트렌드'이지,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 강화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해외 M&A 사례 놓고도 공방
SK텔레콤은 통신·방송 산업 간 인수합병이 '세계적 흐름'이란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7월 미국에선 2위 통신업체 AT&T가 유료방송 시장 2위인 다이렉TV를 인수합병했다. 앞서 2013년 9월에는 영국의 통신업체 보다폰(Vodafone)이 독일의 케이블TV 카벨 도이치란트를, 2010년 2월에는 일본 2위 통신업체인 KDDI가 자국 내 최대 케이블TV J:COM 등을 인수합병했다. 보다폰과 KDDI 역시 SK텔레콤처럼 통신업체이면서 IPTV를 운영하는 유료방송 사업자(자회사 포함)들이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 14건의 통신·방송 기업 간 인수합병이 관련국 정부의 승인을 획득했으며 현재 4건의 인수합병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의 시각은 다르다. 합병 승인 사례를 보면, 합병한 두 회사 간 방송 구역 및 사업영역이 주로 겹치지 않거나 독과점 우려도 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KT 등은 "독과점 우려 또는 시장 내 경쟁을 저해할 만한 1위 사업자의 합병은 승인하지 않은 경우가 해외에서 많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도 이와 유사한 사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4월 미국 최대 케이블TV인 컴캐스트와 업계 2위인 타임워너케이블(TWC)의 인수합병이 정부 승인을 얻지 못해 결국 무산됐고, 2013년 독일 1위 케이블TV '카벨 도이칠란트'와 지역 케이블TV '텔레콜럼버스'의 인수 합병도 정부 승인을 얻지 못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박추환 영남대 교수(경제학)는 "CJ헬로비전 인수가 성사되면 SK텔레콤은 이동통신과 방송, 인터넷 등 전체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는 만큼 공정 경쟁을 훼손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김성철 고려대 교수(미디어학부)는 "방송·통신 간 융합은 시대의 흐름이자 세계 추세"라며 "이번 CJ헬로비전 인수는 전체 유료방송 산업을 재편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