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11 09:23
10월 수출액 435억달러… 작년 同月 대비 15.8% 줄어
내수는 메르스 충격 벗어나 승용차·백화점 판매량 증가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출품 가격을 나타내는 수출물가지수가 28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똑같은 제품을 수출해도 과거에 비해 제값을 못 받는다는 뜻으로, 수출 기업들이 수출 감소와 채산성 악화라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개별소비세 인하와 코리아 그랜드세일(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정책 효과에 힘입어 자동차 판매와 백화점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10일 "10월 수출물가지수가 82.12로 9월(85.08)보다 3.5% 떨어졌다"고 밝혔다. 수출물가지수는 각종 수출품의 가격을 가중평균한 것으로, 2010년 가격을 기준치(100)로 삼는다. 쉽게 설명하면 10월 수출품 가격이 2010년보다 17.88% 떨어진 셈이다. 10월 수출물가지수는 1986년 12월(81.38) 이후 28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김민수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수출물가지수 품목의 37%를 차지하는 전기·전자·반도체 가격이 생산성 향상으로 1990년의 10%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원유 가격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가격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수입품 가격을 나타내는 수입물가지수도 10월에 78.42로 전달보다 3% 떨어졌다. 수입물가지수는 최근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2007년 11월(77.90) 이후 7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 단가뿐 아니라 수출 물량도 줄어들면서 전체 수출액은 작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10월 수출은 435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8% 감소하며 10개월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1~10월까지 총 수출은 440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6% 감소했다.
수출이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내수는 지난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충격을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10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7% 늘었다. 10월 백화점 매출액도 17.4% 늘어나며 증가 폭이 9월(14.1%)보다 커졌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소비 회복이 생산과 투자의 증가로 이어져 전산업생산이 54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는 등 경기 회복세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는 데다 중국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 같은 대외 위험 요인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날 '2015~2017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이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 둔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한국 경제성장률이 2017년까지 연 2.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경우, 한국 GDP(국내총생산)의 10%를 차지하는 대중 수출이 타격을 받고 그 여파로 전체 경제성장률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무디스의 전망치는 정부(3.3%)는 물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1%)나 IMF(국제통화기금, 3.2%)보다 낮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한국 경제의 두 축 가운데 내수는 회복되는데 수출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엇박자가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구조조정 대상이 조선·철강 같은 수출산업이기 때문에 수출 부진이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