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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은빈, 30년에 걸쳐 켜켜이 쌓인 책임감…"치열한 순간 많았다"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5.04.22 15:33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관성적으로 편한 길을 찾는 게 인간 본성이라지만, 배우에겐 그 관성을 깨는 용기가 필요하다. 기시감이 곧 진부함이 되는 일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배우 박은빈은 스스로 "안전한 길을 좋아한다"라고 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게 배우로서의 동력이 된다는 걸 경험으로 깨우쳤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무인도의 디바', 그리고 최근 선보인 '하이퍼나이프'까지, 최근 몇 년간 '도전'이라 불릴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을 이어온 박은빈과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은빈은 최근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천재 의사 역할을 소화했다. 다만 성격이 많이 엇나간 천재다. 그가 연기한 '세옥'은 존경하던 스승 '최덕희'(설경구)와의 갈등 후 의사 면허를 박탈당하고 뒷 세계에서 쉐도우 닥터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인간의 뇌를 열어 수술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감수한다. 인간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또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인간적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캐릭터다.

이날 인터뷰에 참석한 박은빈은 세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평소의 해사한 미소와 함께 등장했다. '하이퍼나이프' 대본까지 챙겨 들고 온 모습에서 꼼꼼한 성격이 엿보였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Q.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박은빈의 새로운 모습'이라는 평을 얻었다. 세옥이를 보내는 소감이 어떤가.

"이렇게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여정의 마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세옥으로 살아온 시간 동안 참 치열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 순간들을 오늘로서 시청자의 품으로 완전히 넘겨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후련한 마음이다."

"제가 가진 배우로서의 매력을 세옥이와 같이 버무려서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다. 그렇게까지 바라지는 않았는데 그 정도로 재밌게 봐주신 분들 덕분에 이제 세옥이를 걱정 없이, 아픈 손가락이 되지 않고 보는 분들의 품으로 보내드릴 수 있겠다."

Q. 세옥이는 박은빈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인 인물이다. 악역에 가까운 인물인데 세옥이를 준비한 과정도 궁금하다.

"세옥이는 제가 맡아보지 않은 결의 역할이었다. 캐릭터 자체가 성격적으로 참 변화무쌍한 지점들이 많았기 때문에 극심한 온도차를 오고가는 것에 있어서 어느 부분은 일관성을 지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분들이 보실 때 이해는 안 되더라도 '저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 하도록 설득하는 게 배우로서의 의무였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캐릭터를 만나면 이미지가 떠오를 때가 있다. 이를테면 영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세옥이는 어떤 모습으로 시도를 해보면 좋을까 하다가 날것의 거친 느낌이 떠올랐다. 펌을 한 번한 뒤 실제 촬영할 때는 드라이를 하지 않고 그냥 머리를 말린 채로 나왔다. 피어싱이나 목 뒤 문신을 먼저 제안한 것도 그런 부분과 맞닿았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Q. 세옥이는 뇌에 관해서는 과도할 정도로 광기를 드러낸다. 그 광기를 소화할 수 있는 천재성까지 지녔다. 세옥이를 표현하며 느낀 매력이나 인상적인 지점이 있다면.

"세옥이는 자기 일에 열정으로 빚은 광기까지 보여주는 인물이다. 성격적인 특성 때문에 정도가 과했지만,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있어서 사회가 각가지 방면에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저도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배우가 되려고 계속 노력하고 고민할 거다."

"우영우를 끝내고 천재 캐릭터는 당분간 맡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천재가 감내해야 할 게 너무 많더라. (웃음) 어찌 됐든 천재 역할을 하면서 시청자분들이 느껴주시는 카타르시스가 확실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셨다면 그것대로 좋은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는 (천재 캐릭터도) 열어 놓고 생각하려고 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Q. '하이퍼나이프'는 설경구과 박은빈의 첫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다. 애증의 사제 관계를 소화한 설경구 배우와의 현장은 어땠나.

"세옥과 덕희는 '본 적 없는 사제 관계'라는 게 핵심 키워드 같다. 한국 사회에서 이런 사제 관계를 보여드린 적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느낀 오묘했던 매력을 주동 삼아 끝까지 그런 부분을 가져가려고 했다."

"설경구 선배님은 늘 영화에서만 뵙던 분이었다. 실제 만나 뵌 건 처음이다. 이럴 때 아니면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겠다 싶어서 끊임없이 선배님께 스몰토크를 걸었다. (웃음) 저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고 저도 선배님께 알고 싶은 것들을 잔뜩 여쭤봤다. 마치 물음표 살인마처럼. '혹시 귀찮으면 얘기해주세요'라고 할 정도였다."

"저도 정말 이런 적이 없다. 함께한 배우 중에 가장 많이 대화한 배우가 누구냐 물으시면 저는 단언컨대 설경구 선배님이다. '앞으로 가장 친한 배우 물어보면 선배님이라고 해도 될까요?' 여쭤봐서 허락도 받았다. 이제 저랑 가장 친한 배우는 설경구 선배님이다. (웃음)"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Q. 아역배우로 데뷔한 후 쉼 없이, 탈 없이 달려왔다. 인생 대부분을 배우로 살아온 그간을 떠올려보면 어떤 마음인가. 데뷔 30년 차를 맞은 소감과 앞으로 어떤 배우의 길을 살아갈 생각인지도 궁금하다.

"제가 스스로 자부할 수 있는 건 공백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작품을 하면서 역할과 함께 성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야 하는 임무나 의무가 커지는 것 같은데 그걸 부담감이 아니라 책임감이라 표현하고 싶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벌써 30년 차가 됐다는 얘기를 듣지만, 그동안 안 해본 장르와 역할이 많다. 계속해서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배우가 되기 위해, '인간 박은빈'으로서도 성장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나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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