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아성' D램 올 1분기 1위자리 내줘…스마트폰, TV '위험 신호'
'리더십·전략 부재' 지적…단기 성과 집착 존경심 잃는 경영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CBAC)로 귀국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옅어지고 있다. 신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고(故) 선대 회장이 기반을 다져 길게는 30년 이상, 짧게는 10년 넘게 1위를 지켜온 주력 사업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리더십과 경영진의 전략부재가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30년 넘게 세계 1위를 달려온 삼성전자의 D램의 점유율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1분기 메모리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매출액 기준) 34%로 SK하이닉스(36%)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분기에는 삼성전자(41%)와 SK하이닉스(30%)의 격차는 10% 포인트 이상이었다.
D램 시장의 판세가 뒤집힌 것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SK하이닉스가 HBM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시장에서 D램을 성공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HBM 시장에서 양사의 우열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엔비디아 등에 공급중이다. 후속 제품인 HBM4(6세대) 12단 제품의 양산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 못하고 있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초 삼성전자의 설계역량을 거론하기도 했다. 여기에 레거시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 속도가 올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스마트폰은 출하량에서도 애플 밀리는 모습이다. 옴디아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2억255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애플(2억2291만대)에 밀렸다고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글로벌 핸드셋 모델 판매량 트래커를 살펴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 '톱10'에 이름을 올린 제품은 갤럭시 S24 울트라(7위)가 유일하다. 갤럭시 A15 5G(4위), A15 5G(6위), 갤럭시 A05(10위) 중저가 제품이 판매량을 떠받치는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1위를 차지한 TV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국 제조사들이 가성비 초대형 제품을 공격적으로 시장에 전개하면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빼앗아 가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기준 글로벌 TV시장 점유율은 28.3% 였다. 이는 2023년(30.1%) 대비 1.8%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출하량 기준 점유율(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에서는 삼성전자와 중국 제조사와의 격차는 더욱 좁혀졌다. 같은해 1분기에 삼성전자는 16%로 하이센스·TCL(10%)과 6%포인트 차를 유지했다. 하지만 2분기(삼성전자 15%, TCL 11%, 하이센스 10%)와 3분기(삼성전자 15%, 하이센스·TCL 12%)를 지나 4분기(삼성전자 16%, TCL 14%, 하이센스 12%)에는 2%포인트 차까지 따라잡혔다.
미국발 관세장벽 등 대내외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재계 등에서는 이재용 회장과 경영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용 회장의 확고한 경영 아젠다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4년 4월 고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11년 째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회장은 선대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과 같은 변화의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 당시 고 이건희 회장은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라. 극단적으로 얘기해 농담이 아니야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말했다.
최근 시스템 반도체 등에 고강도 경영진단이 진행됐지만,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처방이 나올지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사업 전략을 사실상 총괄해온 사업지원 TF의 수장과 수뇌부가 대부분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스스로의 실기를 인정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몇 년전까지만해도 중국 제품은 참고용이었지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회사 분위기도 과거에 비해 활력을 잃었다"고 한 그는 "과거에는 경영진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면서 존경을 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가절감 등 단기 실적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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