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FLAGSHIP)은 기함과 대표 상품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9은 회사를 대표하는 기함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아이오닉9을 '첫 플래그십 SUV EV'라 정의한 현대차도 상품성을 자신하고 있다. 정유석 현대차 국내사업본부 부사장은 “깊이 있는 공간, 대용량 배터리를 통해 우수한 전력효율 등 (아이오닉9으로)상상 속에 있는 새로운 가능성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만난 아이오닉9의 첫 인상는 ‘크다’ 였다. 아이오9닉의 전장과 전폭, 전고는 각각 5060㎜, 1980㎜, 1790㎜다. 휠베이스는 아이오닉5(3000㎜) 보다 13㎝가 더 긴 3130㎜에 달한다.

.아이오닉의 핵심 디자인 요소인 파라메트릭이 아이오닉9의 전면부 및 램프 디자인에 적용됐다. 차량 측면은 유려한 곡선으로 설계된 루프 라인이 깔끔한 인상을 준다. 다만 후면 테두리를 두른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아이오닉9은 공력성능 CD는 0.259를 구현했다. 이른 위해 디지털 콤팩트 사이드미러, 개구면적을 최소화한 스포크휠, 히든 안테나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였다.

현대차가 강조한 실내 공간은 ‘대박’ 수준이다. 현대차는 ‘감싸 안은 듯한 라운지의 감성’을 구현하기 위한 실내 디자인에 집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시승한 6인승 캘리그래피모델은 아이 3명이 있는 다자녀 가정도 어디든 부담 없이 다닐 수 있을 듯 보였다. 마사지 기능이 들어간 2열 독립 시트는 편안한 착좌감을 제공했고, 리클라이닝이 가능한 3열 시트도 성인 2명이 앉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3열을 접으면 아이오닉9에 골프백과 보스턴백 4개가 넉넉히 들어간다. 골프장 셔틀의 우려는 있지만 골프, 캠핑 등 다양한 레저·아웃도어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견인 능력 또한 2.5톤에 달해 캠핑카도 여유 있게 끌 수 있다.

아이오닉9의 덩치는 헤비급이지만, 도로에서는 경량급 선수의 느낌이다. 워커힐호텔에서 경기도 양평을 경유하는 약 80㎞ 시승코스를 달리면서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차로 유지 보조 기능2는 고속도로는 물론, 시내와 시외 도로에서도 차선을 잘 물고 달렸다. 주차 보조기능을 이용하면 후진·평행·사선 주차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큰 차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운전자도 아이오닉9을 주행하는 데 불편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아이오닉9은 전기차 특유의 주행 질감을 바탕으로 묵직하게 도로를 밟고 나아간다. 고속도로 합류지점에서 가속 페달에 힘을 얹자 최고 출력 315kW, 최대 토크 700Nm의 전기 모터가 무게 2675㎏의 차체를 무리 없이 밀어 붙인다. 추월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는 없다. 언덕 구간 주행도 경쾌하다.

전기차 운전자들의 고민인 충전 부담을 줄인 것도 아이오닉9의 큰 장점이다. 국내 최대 용량인 110.3kwh의 고효율, 고밀도 NCA 배터리가 탑재돼 전 트림 모델 1회 충전 주행거리 500km 이상을 달성했다. 24분(이피트 급속충전 기준)이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도 가능하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각각 12.3인치의 디지털 클러스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도 직관성이 높아 운전의 편의를 높여준다.

한편, 현대차는 아이오닉9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극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올해 국내 판매 목표는 6500대다.

아이오닉9의 판매 가격은 7인승 ▲익스클루시브 6715만원 ▲프레스티지 7315만원 ▲캘리그래피 7792만원이며, 6인승 ▲익스클루시브 6903만원 ▲프레스티지 7464만원 ▲캘리그래피 7941만원이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적용 시 실제 구매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 7인승 기본 트림 기준 실 구매가는 6000만원대에 아이오닉 9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