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뉴스1
경기 침체와 고환율 등의 여파로 불황에 빠진 면세업계가 생존을 위한 고강도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점포 폐점은 물론 최대 고객인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1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주요 중국인 보따리상과 거래를 이달부터 전면 중단했다. 중국인 보따리상과 거래를 끊은 건 롯데면세점이 처음이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매해 타 국가에 유통한다.
면세점들은 그간 중국인 보따리상에게 상품 정상가의 35∼50%를 수수료 명목으로 환급해 물건을 넘겼다. 이를 통해 중국인 보따리상은 큰 이윤을 남겼고 면세점은 쌓인 재고를 처리했다. 다만 수수료율이 수익의 마지노선인 20%보다 높아 면세점은 팔면 팔수록 손실을 떠안는 구조가 지속됐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면세점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적자는 1355억원에 달한다. 4분기까지 포함하면 연간 영업손실액은 2000억원 안팎에 이른다.
롯데면세점이 연 매출 비중 약 50%를 차지하는 다이궁과 거래를 중단키로 한 건 수익성을 되살려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업계의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고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롯데면세점은 앞으로 단체 관광객 및 개별 여행객 유치를 활성화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시내면세점 철수도 이어지고 있다. 영업 부진을 겪어온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이 오는 24일 문을 닫는다. 2012년 개점한 후 12년만이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한때 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효자 점포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 단체관광객이 줄고 고환율 ·고물가 등이 이어지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현재 입점 업체와 고객에게 영업 종료 사실을 공지하고 있다.
앞서 롯데면세점도 지난해 국내 면세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잠실 월드타워점 타워동 매장 면적을 35% 축소한 바 있다.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 속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춘 움직임으로 보인다. 다만 면세업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12% 감소했다. 전달과 비교해선 8.7% 줄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품 경쟁력을 높여 개별관광객 비중을 확대하거나 사업구조 개선을 통한 체질 개선,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운영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