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규 사장 사업지원TF 합류 후 전자 계열사 경영계획 승인 관여
한 계단 더 높아진 삼성 의사결정…기술라인 약화·신속성 우려
삼성 서초사옥. 왼쪽 아래 박스는 박학규 사업지원TF 담당 사장 /뉴스1·삼성전자
삼성 의사 결정 시스템에 재무라인의 입김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에 박학규 사업지원TF 담당 사장이 가세하면서 삼성의 의사 결정 과정이 한 스텝 더 늘어났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전자계열사의 경영 계획 수립 및 실행에 박학규 사장이 '키맨'으로 부상했다.
박학규 사장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DX부문 경영지원실장에서 사업지원TF 담당 사장으로 위촉업무가 변경된 뒤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박학규 사장은 삼성전자 VD사업부 지원그룹장,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SDS 사업운영총괄,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다만 사업 전략 수립 등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경험은 적다는 평가가 있다.
최근 박학규 사장은 투자·인사 등 전자 계열사들의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에 사업부장·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정현호 부회장에 보고한 뒤 이재용 회장의 재가를 받았다. 현재는 핵심 프로젝트 등이 박학규 사장의 승인을 거친 뒤 정현호 부회장에게 넘어가는 프로세스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후 사실상 삼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지난2017년 말 출범 후 정현호 부회장이 수장으로 삼성의 사업전략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박학규 라인이 추가되면서 그룹 안팎에서는 의사결정 구조상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 절차가 늘어나면서 투자 등 프로젝트가 신속하게 실행될 수 없다는 이유다.
여기에 사업부장·계열사 CEO 역할이 위축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학규 사장까지 가세한 사업지원TF가 경영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전문성과 신속성이 중요한 경영진의 '책임경영' 의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주요 그룹사들은 경영 효율화와 계열사 CEO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의사 결정 시스템을 간소화 하는 추세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빠른 시장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달 20일 도널트 드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는 미국 시장은 통상정책 대혼란이 예상된다. 관세인상, 반도체 보조금·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등 국내 기업에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장벽을 치고 있다.
이 가운데 재계에서는 삼성 의사 결정에 재무라인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 경영진의 영향력이 줄면서 신기술 투자,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의 미래 프로젝트가 후순위로 밀리고 원가·경비 절감 등 단기 재무지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 등은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미래 제품 경쟁력에서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스마트폰, TV,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글로벌 1위 제품군도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이다. 차세대 배터리, 전기부품 등도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엔지니어 출신 CEO가 일부 늘었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은 여전히 재무라인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올해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사업지원TF 결정이 삼성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디지틀조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