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중국을 여전히 못 떠나는 미국 기업들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4.12.27 10:23 / 수정 2024.12.27 10:43

전 세계 1만 대 이상의 항공기에 여전히 중국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보잉사(보잉사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첫 취임한 2017년 시작됐다.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제 3세계 국가로 이전했다. 2023년 11월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 121곳 가운데 52%가 중국 내 투자를 줄이거나 미뤘다고 답했다. 중국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잔류를 선택하고 있다. 미국 포브스지는 지난 16일 ‘미국 제조기업이 중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미국 제조사 이스트 웨스트 메뉴팩처링(East West Manufacturing)의 스콧 엘리슨(Scott Ellison) 대표는 “어느 국가에 공장을 설립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매우 힘들다”며 그 결정을 위한 몇 가지 핵심 요소에 대해 설명했다. 이 회사는 포춘 글로벌 500에 속하는 기업들을 위해 수천 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엘리슨 대표는 “낮은 비용의 노동력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자재 조달, 공급업체 네트워크, 숙련된 인력, 유통 및 물류 인프라 그리고 세제 혜택 등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자사 공장 2곳이 올해 폐쇄된 원인에 대해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5%의 대중 관세를 부과해 중국산 부품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조달처가 없는 많은 부품들을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그들의 글로벌 공급망 내 지위는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여전히 중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1980년대 중국 정부가 추진한 경제특구와도 관련이 깊다. 경제특구는 외국 기업 투자 유치, 혁신 촉진, 산업 성장의 가속화를 목적으로 탄생한 중국 공산당의 주요 정책이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심천시는 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래 지금은 세계 10대 금융 중심지이자 다수의 다국적 기술 기업 본사가 위치한 도시로 성장했다.


2023년에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이 사는 10대 도시' 중 하나로 선정돼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심천시 경제특구는 경쟁력 있는 공급업체들과 도로 철도 항만 등의 물류 인프라 그리고 숙련된 인력과 세제 혜택 등의 요소가 한 도시에 집중되면 얼마나 큰 변화를 일궈낼 수 있는지 증명해 준 좋은 사례다.


​중국의 경쟁 우위를 뒷받침하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코발트, 티타늄, 리튬, 마그네슘, 희토류 등 제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들이다. 중국 내에서 채굴되거나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정제되는 이들은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배터리, 미사일 등 최첨단 제품에 사용된다. 2022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 및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광물 50종 가운데 26종이 중국산이다.


미국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부품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이유는 비용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보잉사는 전 세계 1만 대 이상의 항공기에 사용되는 부품들을 중국에서 제조하고 있다. 애플은 일부 공장을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이전했지만, 상당수 부품은 여전히 중국산을 쓰고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 또한 배터리의 40%를 중국 기업에서 조달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임기 동안 러스트벨트 지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해 세제 혜택과 수조 달러 투자라는 극약 처방을 감행했다. 이는 80년 중국이 시행한 경제특구 정책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정부와 기업 모두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출 수는 있겠지만 당분간은 그 존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제품에 대한 60% 관세를 주장해 온 트럼프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중국산에 대한 60% 관세는 수 세기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세계 무역 질서를 뒤집고 해체할 위험이 있다"는 싱크탱크 '세금재단'의 에리카 요크 선임 이코노미스트의 경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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