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트럼프노믹스가 한일중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4.11.07 10:25 / 수정 2024.11.07 12:30

미국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서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 도널드 트럼프 공식 SNS 계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일반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 과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만약 그가 공약을 실행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52억~304억달러 감소할 전망이다. 다른 국가들의 미국 수출 감소로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감소하면서 총 수출액도 최대 448억달러(62조원) 감소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실질 GDP는 0.67~0.24% 감소하게 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국을 상대로도 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하며 무역 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미국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에 보조금을 10센트도 줄 필요가 없다. 관세를 높게 매기면 그들은 알아서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도입한 IRA와 칩스법 철회를 시사했다.


이 법을 근거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170억달러(약 23조8000억원)를 투자해 4나노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면서 단계별로 64억달러(약 8조80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4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는다.


반도체의 경우 현재 한·미 FTA에 따라 관세가 면제되고 있지만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 확장법 232조 또는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301조를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사문화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고 나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후 301조를 통해 불공정한 무역 상대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 폭탄을 부과했다.


최근 한국은 대미 수출과 대미 무역 흑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1157억달러, 대미 무역 흑자는 444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반면 최근 3년 미국의 대한국 무역 적자는 연평균 27.5% 증가했다. 2019년 이후 승용차, 컴퓨터 부분품 및 저장매체, 냉장고 등의 제품에서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증가한 품목을 중심으로 FTA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통상 압박을 할 수 있다.


지금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대해 초조해 하고 있는 곳은 중국일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축하의 뜻을 표하며 미국 인민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정책은 디커플링이다. 그는 선거 캠페인 내내 “중국 제품에 대해 최대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중국의 실물경제 지표는 이미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8년 하반기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그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1990년(3.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6%를 기록했다. 지금 중국의 현실은 더 어둡다. 실업난 가중과 소비심리 위축 그리고 부동산 시장 붕괴로 경제성장률이 4%대로 내려앉았다.


중국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이며 이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은 15%다. 고관세 폭탄을 맞으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어려워진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전면 중단되면 중국 GDP에 미치는 영향은 -2.8%이고 50% 감소하면 -1.4%의 충격을 줄 수 있다. 중국 수출 산업엔 아직 노동집약적인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미국의 고관세 정책은 중국의 고용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수출 부진을 만회할 대안으로 내수 확대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일본 증시는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소식에 전날 종가 3만8474 대비 2.61% 오른 3만9480으로 장을 마쳤다. 오후 12시50분께는 3만9664까지 상승하며 4만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공영방송 NHK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법인세 감세 등을 내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으로 일본 기업 실적에 순풍이 불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현지 금융시장에선 감세와 수입품 관세 부과 등으로 미국 물가가 오르고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져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트럼프는 지난 9월,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의 토요타, 혼다 등 대미 수출 규모가 가장 큰 일본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농축산업계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집권했던 2019년, 일본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농산품 관세 인하 압박을 강하게 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으면서 일본 축산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전기차 시장은 예측불허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우대 정책을 비판했다. 그를 전격 지지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경제 관료로 기용될 경우 전기차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지 오리무중이다.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둔 일본 업체들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를 막겠다며 멕시코에 최대 관세 100%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이 정책이 실현되면 미국과의 접근성, 비용 절감을 위해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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