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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지금은 옛날 조용필은 아닙니다"…끝없는 연구로 완성한 정규 20집

하나영 기자 ㅣ hana0@chosun.com
등록 2024.10.22 18:10

조용필 기자간담회 / 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지금은 옛날 조용필은 아닙니다. 제 상태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거기에 맞게 했습니다. 끊임없이 연구를 하며 배울 것은 배우려고 합니다."

그때의 조용필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더 대단한 족적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기왕' 조용필이 돌아왔다. 2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는 정규 20집 '20'을 발매하는 조용필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런 자리가 쑥스럽다"라며 운을 뗀 조용필은 "앨범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좋은 곡이 나온다면 또 계속할 예정이다. 사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약간 미쳐서 21집을 낼지도 모르겠다"라고 20집 발매 소감을 전했다.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2013년 발매된 19집 이후 약 11년 만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는 말에 "공연은 계속했지만, 음반은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동안 많은 곡을 만들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 마음에 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앨범 발매를 앞두고 2022년 'Road to 20 - Prelude 1', 2023년 'Road to 20 - Prelude 2'를 통해 정규 20집까지의 여정을 완성했다. 지금, 이 시기로 앨범 발매를 결정한 이유를 묻자 조용필은 "이달 초까지 녹음을 했어요. 10월 첫 주까지 녹음을 한 곡이 있고, 완성까지 시켰는데 앨범에 담기지 않았다. 성향이 조금 달라서 다음에 내기로 결정을 했다"라고 답했다. 

이번 앨범에서 조용필은 록, 일렉트로니카, 발라드를 넘나드는 넓은 장르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타이틀로 선정된 '그래도 돼'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뭉클한 응원가로,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고, 조금 늦어도 좋다고 토닥여주는 노래다. 호쾌한 전기기타, 청량감 넘치는 절창, 고해상도의 사운드가 총동원돼 조용필만의 모던 록을 완성한다.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묻자 조용필은 곡을 작업하게 된 배경에 대해 돌아봤다. 올봄 스포츠 경기를 보며 패자의 마음에 이입하게 됐다며 "물론 속상하고 실망했겠지만, 당시 나였다면 다음에는 이길 거야, 힘을 낼 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 이런 마음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작사가분께 했다. 모든 사람이 우승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목소리가 여전한 것 같다는 말에 조용필은 "비교해 보면 많이 달라졌죠"라며 "저는 가수로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며 장르를 다양하게 들어야 하고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창법이나 음성을 내는 방식 등에 대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실험을 해본다. 사실은 그게 재미있다. 그런 것이 지금까지 음악을 하게 된 동기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새 앨범에는 귀에 착 달라붙는 떼창 구간을 장착한 신나는 팝 록 장르의 '찰나', 질주감 넘치는 일렉트로닉 팝 록 장르의 'Timing'(타이밍), 대형 공연장을 제대로 들었다 놨다 할 트랙 '세렝게티처럼', 발라드 곡이자 가을밤 꿈처럼 아련한 러브송 '왜', 청량한 축제의 바이브를 담은 'Feeling of You'(필링 오브 유), 가장 하드한 일렉트로니카 트랙 '라'까지 총 7개 트랙이 수록된다.

특히 조용필은 '왜'를 녹음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이 곡만큼 연습을 했던 곡이 없는 것 같다. 정말 몇 개월을 연습했다"라며 "창법이나 가성에 대한 것, 노래의 전달력 등에 대해 많이 신경을 쓰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완성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찾는 거죠. 과감하게 도전했다"라고 전했다.

가장 파격적인 트랙은 앨범 마지막에 수록되는 '라'다. 조용필은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저런 곡을 어떻게 하지 싶은데, 그래도 하고 싶으니까 했죠"라며 "주위에서도 '이 곡은 해야 된다'라고 많이 그래서 듣고, 또 듣고 하다가 결국 하게 됐다. 이 곡은 콘서트에 잘 맞을 것 같다"라고 자신했다. 

특히 조용필은 추임새 등 작업까지 모두 자신이 한다며 "보통 한 곡을 녹음할 때 많이 걸리면 3시간이다. 코러스를 잘 한다는 친구들과 함께 한 적이 있는데, 본인이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80년대부터 제가 다 하고 있다"라며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힘들기도 하지만, 녹음 같은 경우도 중간에 쉬면 흐트러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쭉 가려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앨범 전반적으로 사운드 측면에서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용필은 "곡을 선택할 때부터 사운드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제 마음에 들었을 때 곡 작업을 시작한다"라며 "80년대 '창밖의 여자'나 '단발머리' 때도 세운 상가에서 전자 드럼을 사서 제가 직접 쳤다. 어렸을 때부터 사운드에 대한 욕심이 남달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욕심 덕분에 믹싱 작업에도 많은 신경을 쏟았다. 조용필은 "미국에 있는 분과 작업을 하는데 보통 열여섯 번에서 열여덟 번 정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라며 "사실 그분도 다른 일이 있다 보니까 지겨워하지만, 올려달라 내려달라 이런 것부터 코러스까지 다 만져줘야 한다. 그렇게 완성했다"라고 완성도 높은 앨범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과거에는 사랑 노래를 많이 불렀다면, 이제는 사랑 외적인 주제를 가창하는 것 같다는 말에 조용필은 "나이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사랑 노래를 정말 많이 불렀다. 너무 많이 불렀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응원을 보내는 곡들이 주로 담긴 것 같다는 말에 "옛날 노래를 듣다 보면 우리들의 마음을 북돋워주고 희망을 주는 곡들이 있는데, 그런 것의 연장선인 것 같다. 그런 곡들을 통해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저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조용필은 이어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표현이 대중한테 가는 순간 대중의 표현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사도 마찬가지다. 저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라며 "옛날에는 그런 것을 잘 모르고 작업했는데, 나이를 먹으며 차츰 깨닫게 되었고, 조금씩 더 디테일하게 연구하는 느낌이다. 계속 배워야 하고,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이러한 조용필의 마음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정규 20집 '20'은 오늘(22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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