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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회장, 하림산업 '손실 눈덩이' 불구 옹고집 투자로 계열사 '울상'

김태동 기자 ㅣ tad@chosun.com
등록 2024.10.17 14:56

김 회장 "투자 의지", 하림지주와 NS홈쇼핑 자금 투입 속앓이
3년간 2000억원 넘는 투자...소비자는 외면, 업계도 냉랭
올해 상반기 더미식 즉석밥과 라면 매출 동반 감소
"제품 경쟁력 없이 유명모델 써 광고 한다고 소비자가 찾지 않을 것"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1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마련된 '용가리가 사라졌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뉴스1

하림그룹 식품계열사 하림산업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김홍국 하림 회장이 가정간편식(HMR) 사업(더미식)에 계열사 자본을 지속적으로 끌어 넣는 등 손실을 키우고 있다.

출범 이후 수년째 손실을 기록해온 하림산업에 계열사 자금을 쏟아 넣으면서 장밋빛 전망을 그리고 있지만 주변 계열사들까지 힘들게 한다는 시장의 분석에 무게 추가 기울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전날 용가리 치킨 25주년 기념 팝업스토어에서 "더미식 브랜드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라인도 증설해 생산량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산업은 그룹 식품계열사로 지난 2012년 설립됐다.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종합식품기업을 선언하면서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미식'을 론칭했다.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조리법을 내세운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프리미엄과 고가 전략을 편 더미식은 '더미식 라면'을 시장에 공개했다. 광고 모델로 배우 이정재를 발탁, '스타마케팅'에도 공을 들였다. 이후 만두, 즉석밥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영역을 넓혔다.

김 회장은 더미식 론칭에 앞서 2020년 말 5200억원을 투자해 전북 익산에 '하림푸드콤플렉스'를 마련키도 했다. 하림푸드콤플렉스는 12만709㎡(3만6500평)의 부지에 식품 가공공장 3곳과 물류센터 등 복합시설을 갖춘 종합 식품단지로 라면과 가정간편식, 즉석밥 등을 생산한다.

공장 증설, 제품 라인업 확장에도 하림산업은 '더미식'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농심과 CJ 햇반 보다 값은 비싸지만 품질에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것이 경쟁사들의 전언이다.

하림산업은 2021년 매출 217억원을 거뒀다. 같은기간 영업손실은 58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도 영업손실 868억원으로 적자는 불어났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096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부채비율도 60.6%에서 110.6%, 124%로 증가했다.

이 기간 판매관리비 속 주요 항목인 광고선전비도 크게 늘어났다. 2021년 68억원에서 2022년 128억원, 2023년 262억원으로 매년 두배 가까이 증가하며 영업손실만 키우고 있다. 업계는 제품 경쟁력은 없는데 유명모델을 써 광고를 많이 한다고 소비자가 찾지 않을 것이라고 전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당도 아무리 인테리어가 이뻐도 밥맛이 없으면 한번 갔던 고객이 재방문 하지 않듯 제품 본연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결국 외면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식품산업"이라며 "만만하게 보고 도전할 수 있는 바닥이 아니다"고 꼬집없다.

주요 제품 매출 감소세만 봐도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 날카롭다. 올 상반기 더미식 즉석밥 매출은 67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보다 17% 줄었고, 더미식 라면 매출도 15% 감소한 72억원을 기록했다.

불어난 영업손실은 하림산업 지분 100%를 보유한 하림지주가 떠안고 있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1000억원, 올해 초 300억원 등 운영비 명목으로 하림산업에 총 1300억원을 출자했다.

그룹차원의 자금 몰아주기도 이뤄졌다. 김 회장의 '밑 빠진 독' 채우기에 동원된 계열사 엔에스쇼핑은 2021년과 2022년 하림산업에 각각 300억, 600억원을 유상증자 했다. 이달 4일엔 280억원을 시설투자 자금 명목으로 대여키로 했다. 지난 3년 동안 총 2000억원 넘는 자금이 들어간 것이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투자하는 것이 결국 하림산업은 물론 하림지주와 계열사들까지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가정 간편식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고가 정책을 펼친 것이 눈덩이 영업손실을 초래했다는 평가다.

일례로 장인라면 담백한맛·얼큰한맛(4개입)은 대형마트에서 7800원에 판매되는데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놓은 신라면 블랙(4개입)이 6150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25% 가격이 높다.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5개입·3580원)과 비교에선 2배 이상 비싼 값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농심이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있을 만큼 오랜 투자와 노하우가 있는데 어설픈 제품으로 프리미엄 주장한다고 시장에 끼어들지 못한다"며 "맛과 품질은 기본인데 맛 없이 프리미엄이라고 주장한다고 소비자가 호락호락하게 현혹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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