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 회장 / 농심 제공
세계 시장에서 K-라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대표 라면업체 농심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글로벌향 라면 수출이 급증하자 현지법인을 세우고 수출 전용 공장을 늘려 시장 수요 대응에 나선 것이다. '2030년까지 라면 시장 1위'라는 비전을 제시한 신동원 농심 회장의 승부수가 먹힐지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K-라면의 가파른 성장세에 맞춰 생산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 식품류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9개월간 농식품 수출액이 9조6000억원을 넘었다.
이 가운데 라면 수출액은 올해 3분기 까지 29.6% 늘어난 9억380만달러(약 1조1913억원)을 기록, 작년 한 해 수출액(9억5240만달러)에 근접했다. 라면 수출은 특히 중남미 지역에서 급증했다. 멕시코에 대한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22.6% 증가했다.
'한국 라면’의 인기몰이에 농심은 부산에 새로운 수출생산기지 조성을 결정하고 수출물량 확대에 나섰다.
농심은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2026년 상반기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2026년 하반기부터 농심의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량은 기존 부산공장과 합쳐 연간 10억개로 현재보다 2배 증가하게 된다.
농심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이어나가기 위해 생산 인프라의 근본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 녹산 수출공장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녹산 수출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미국법인(약 10억개)과 중국법인(약 7억개)을 합쳐 연간 약 27억개의 글로벌 공급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내수용 물량까지 더하면 총 60억개를 생산할 수 있다.
농심은 녹산 수출공장 설립을 발판으로 세계시장 공략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수출전용공장의 생산력을 기반으로 2025년 초 판매법인 설립을 검토중인 유럽시장 확대는 물론, 향후 성장 잠재력을 갖춘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시장 진출도 확대할 방침이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농심의 노력과 투자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2022년 5월 본격 가동을 시작해 올해 2주년을 맞은 농심 미국 제2공장은 농심 해외매출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다.
제2공장 가동 첫 해인 2022년 미주지역(미국+캐나다) 매출은 4억 9000만 달러로 1년만에 약 24% 증가했고, 2023년은 5억 3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공장 가동 2년만에 매출이 36% 이상 증가하는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또 미국 코스트코에 NPB로 2020년 입점했던 농심 '돈코츠라면'은 제2공장 공급량 확대를 무기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 2023년 매출이 전년대비 20% 성장하며 신라면에 이어 미국시장 넘버2 제품으로 발돋움했다. 이 외에도 육개장사발면, 김치사발면, 생생우동 등이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으며 매출 외형 확대에 기여했다.
이 덕에 미국 법인의 2023년 신라면 매출은 전년대비 19% 성장했다. 제2공장 가동에 맞춰 신라면골드큰사발, 신라면볶음면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원활한 제품 공급으로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대표 브랜드 위상을 다지는 성과를 거뒀다.
농심 미국 제2공장은 이달부터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 가동을 시작한다. 신규라인은 기존 원형 용기면인 큰사발면, 사발면과 함께 미국 현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형태인 사각용기면도 생산이 가능하다. 라인 가동이 시작되면 미국법인의 연간 생산가능량은 8억 5000만 식에서 10억 1000만식으로 약 20% 증가하게 된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저렴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용기면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번 용기면 신규라인 증설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또 한번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라면은 최근 5년간(2019~2023년) 해외시장 중심으로 큰 성과를 거두며 연 평균 두 자릿수(12%) 성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신라면 해외 매출은 해외법인과 국내 수출의 고른 성장세에 힘입어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미국 법인 매출을 포함해 일본, 호주, 베트남 법인에서도 각각 19%, 26%, 58% 성장했다. 일본 법인은 편의점 채널 중심으로 전개한 신라면 용기면 판매 확대 전략이 주효했다. 특히 신라면 볶음면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호주 법인은 현지 대형 유통채널 직거래를 통한 입점을 확대하고 시드니에서 신라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고객 체험 마케팅을 강화하며 성과를 거뒀다.
베트남 법인은 하노이, 호찌민 등 핵심 대도시권과 관광지역 특색에 맞춘 영업전략과 온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대형 단독 매장) 운영을 통한 홍보로 소비자 구매를 유도하며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농심은 국내외 신라면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하며 성과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모든 일상을 함께하는 대표 라면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라면 브랜드로서 신라면의 성과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