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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자꾸 바뀌는 MBK의 '말말말'…국가기술·투자자·근로자가 위험하다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4.09.28 16:28

고려아연 7년 후 매각, 본인들 회사에 있을 때만 중국에 매각 않겠다?
변화 없다던 공개매수가 상향…과거 인수기업 쪼개지고, 일자리 잃어

/김종훈 디지틀조선TV 보도국장

MBK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에 나선 영풍 강성두 사장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중국 등 해외에 고려아연을 매각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저와 MBK 김광일 부회장이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안 판다. 팔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는 최근 중국자본 논란에 이어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과 보유한 핵심기술 등이 중국으로 넘어갈 거란 우려에 대한 해명이다. 고려아연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에도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고려아연 미래에 대한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MBK가 운영하고 있는 블라인드 펀드 대부분에 상당수가 중국계 자본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려아연 인수전에 사용된 6호 펀드에서 일부 중국 자금이 포함돼 있다. MBK측은 다른 나라 자금 등 펀드구성이 다양하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현재 진행형이다.


MBK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부호도 지워지지 않는다. 국내 우량기업의 약점을 공격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다시 이를 비싼 값에 대부분 해외에 넘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고려아연의 경우 핵심소재와 희소금속인 아연과 연, 금, 은, 동, 인듐 등을 생산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다. 특히 중국 중심의 광물과 에너지 시장에서 자유진영의 공급 및 가격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만약 중국에 매각될 경우 그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고려아연의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인 이차 전지 분야의 경우 탈중국 글로벌공급망 구축의 핵심적인 위치에서 이탈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고려아연이 투입한 수많은 투자금 역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자본과 기술력으로 성장한 고려아연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기업에서 제재기업의 중심에 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해외 전문기관에서도 고려아연에 대한 MBK의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미국 에너지 안보 분야 싱크탱크로 미국 에너지 관련 정책을 건의하는 SAFE 가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로 규정하고 이번 사태로 인해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30년간 제련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해온 호주에선 단기차익과 수익률극대화를 노리는 사모펀드가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면서 벌써부터 사업축소와 일자리 위협 우려가 커지며 언론과 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이 같은 우려가 쏟아지는 것은 MBK의 말바꾸기가 수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다. 실제 사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보다는 단기수익에 집중하는 모습을 여려차례 보여왔다.


고려아연 사태에서도 MBK는 말을 잇달아 뒤집고 있다. 당초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지만 바로 말을 바꿨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매수가 인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지난 해 12월 한국앤컴퍼니 그룹 회장에 맞서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시에도 공개적 발표와는 다르게 공개매수가 인상 가능성을 부인했으나 결국 인상한 바 있다. 


다른 기업의 인수 사례에서도 말바꾸기는 유사하게 반복됐다. MBK는 기업 인수합병을 시도할 당시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홈플러스를 비롯해 ING생명 등에서 사업축소와 자산매각, 사업분할매각 통해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되면서 정치권에서도 MBK를 질타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의 적대적 M&A시도는 올해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민병덕·박희승·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BHC, ING생명, 한국타이어 등에 이어 이번에는 고려아연에 대해 약탈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며 “투기자본 이익에만 충실한 채 기업과 지역, 근로자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행태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산자위와 국토위 등 여러 상임위에서 MBK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MBK를 겨냥하고 있다. 다만 미국 시민권자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이번에도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MBK파트너스가 적대적 M&A 등을 통해 인수한 수많은 기업에서 부작용이 속출했다. 사업축소와 자산매각, 사업분할매각 통해 수많은 근로자들이 정들었던 직장을 떠났다.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가면 국가 핵심 기술을 지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가 경제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이제 우리의 신중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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