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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구속에 적자’ 석포제련소부터 살려야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4.09.23 18:05

석포 무너지자 글로벌 1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눈독’
오너 숨은 석포제련소 CEO 잔혹사…이강인 전 대표 징역형 구형, 박영민·배상윤 대표는 구속 기소
환경오염·중대재해에 공장 가동률 50%대 추락 적자기업…경영악화하자 직원 줄이며 인력 감축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각 사 제공

글로벌 비철금속 제련업 1위 기업인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한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 정상화를 언급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의 경우 ▲대표이사 구속 ▲제련소 조업정지 소송 ▲공장 가동률 50%대 추락 ▲오너 일가의 무책임 경영 등 종합 부실 제련소로 악명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부실 경영으로 실적이 악화하자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빼앗아 또다시 국가 기간산업의 중요한 한 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석포제련소는 현재 벼랑 끝의 위기에 처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10년간 55회에 걸쳐 76건의 환경법령 위반사항 적발과 25건의 고발 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20여 년간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했다.

영풍의 경영 악화 흐름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박영민·배상윤 대표이사가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로 모두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아울러 석포제련소는 폐수 유출 관련 조업정지 60일 처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이런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뒤집히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다.

영풍의 이런 부실 경영은 대주주 장씨 일가가 만든 무책임한 경영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영풍은 지난 10년간 줄곧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는데, 이들이 결국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되면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중대재해로 대표 2명이 구속된 데 이어 기소까지 이뤄졌다.

10년 전 장형진 고문이 대표에서 사임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당시 영풍 석포제련소의 광범위한 환경오염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기 시작하자 오너 일가가 일선에서 물러간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영풍은 이처럼 부실 경영을 지속하면서 적자 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풍은 1년간 1698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말 기준 80%에서 1분기 말 64.7%, 2분기 말 58.4%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풍은 최근의 경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은 물론 근로자들에게도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빈축을 사고 있다. 영풍의 직원은 지난해 말 739명에서 올해 상반기 말 691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협력 업체 인력을 줄이고 추가로 본사 인력 추가 정리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내부 분위기가 혼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적대적 M&A를 선언하는 과정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이 석포제련소와 주식회사 영풍의 실질적인 지배자라는 점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세간에서 나온다. 그런 만큼 장형진 고문과 장씨 일가가 모두 주식회사 영풍과 석포제련소가 처한 중대재해 및 경영악화 문제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임직원들과 사외이사, 주주, 고객사 등 이해관계자들은 이런 부실 경영의 대명사 영풍과 투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국가 기간산업 경쟁력 훼손은 물론 핵심 기술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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