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를 생산하는 국내 맥주업계 1위 사업자 오비맥주가 소주 시장에 등판했다.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한 것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소주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자회사 오비맥주는 신세계그룹의 주류 전문 계열사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인수한다. 구체적인 인수금액은 전해지지 않았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의 생산 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아 소주 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오비맥주는 "카스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제주소주를 글로벌 진출의 전략적 파트너로 결정했다"며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 배경을 두고 업계 시선은 갈리고 있다. 새로운 시장 참여자로 소주업계 전반적인 파이가 커질 수 있는 점은 기대되지만 국내 소주 시장은 1강 1중 체제로 굳어져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새로 소주시장에 진입하는 점은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질 수 있어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오비쪽 영업력이 높아도 이미 고착화된 국내 소주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서 가정이나 유흥 시장 모두 진출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시장 자체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 성공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다"며 "또 추가 영업 인력, 업무 분담 등의 작업도 진행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주 소매 시장에서 참이슬의 하이트진로는 59.8%, 처음처럼의 롯데칠성음료는 18% 점유율을 차지했다.

오비맥주는 해외 시장에 먼저 집중한단 전략이다. K푸드 열풍으로 지난해 국내 소주 수출액은 10년 만에 1억 달러(한화 약 1340억원)를 넘기며 급성장했다.

오비맥주는 "카스와 제주소주 브랜드의 강점과 K-열풍의 성장세를 활용해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다 더 다양한 한국 주류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내년께 오비맥주가 첫 소주 브랜드를 출시하면 맥주에 이어 소주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