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문 없이 찾아오는 ‘췌장암’ 조기 발견으로 대비하자

전선하 기자 ㅣ seonha0112@chosun.com
등록 2024.09.02 17:57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영상의학과 함은재 교수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영상의학과 함은재 교수

췌장암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퍼질 때까지 보통 거의 또는 전혀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치명적이다. 진단 후 열명 중 아홉은 그 때문에 사망한다. 2020년 한국의 췌장암은 전체 암 발생의 3.4%로 8위이고, 해마다 증가추세이다. 스티브 잡스, 패트릭 스웨이지, 루치아노 파바로티, 김영애, 김주승, 유상철 등 유명인사들의 목숨을 앗아간 ‘췌장암’은 췌장의 위치적 특성상 암 진행 여부를 제때 발견하기 어려워 5년 생존율이 10대 암 중에서 가장 낮다. 이 때문에 췌장암 생존율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암 전 단계의 병변 역시 뚜렷하지 않다. 췌장암이 발생하기 쉬운 요인에는 45세 이상의 연령, 흡연 경력, 두경부나 폐 및 방광암의 과거력, 오래된 당뇨병, 지방이 많은 음식 섭취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만성 췌장염 및 일부 유전 질환에서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췌장암 환자 중 약 5~10%는 유전 소인을 가지고 있는데, 췌장암 환자에서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약 7.8% 정도로 일반 인에서의 췌장암 발생률 0.6%에 비해 빈도가 높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5.2%(2020년 한국 국가 암 통계, 미국 암학회 2024년; 13%)로 예후가 매우 나쁜 암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 암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기 때문에 발견 당시 수술 절제가 가능한 경우가 20% 이내이고, 육안으로 보기에 완전히 절제되었다 하더라도 미세 전이에 의해 생존율 향상이 적으며,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증상이 없거나 비특이적일 때 조기 발견하여 수술하는 것이다. 1cm 이하의 조기 발견시 완치율은 50~80% 상승한다.

그러나,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진단이 매우 어렵다. 현재 췌장암의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검사들은 복부 초음파,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EUS),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PET), 혈청종양 표지자(CA19-9) 등이다. 복부 CT와 췌장 MRI는 췌장암을 진단하거나 병기를 측정하는데 초음파보다 유용한 검사로, 병변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크기가 작은 암도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T의 경우 1cm 정도까지 췌장암을 발견 가능하며 MRI는 더 자세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MRI와 CT검사가 가장 정확하다. 췌장 MRI검사는 췌경관과 담도까지 미세한 관찰이 가능해서 췌장암 위험도 감별에 많은 정보를 주고 CT검사와 달리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 방사선 검사가 아니어서 안전성 면에서도 우수하나 가격이 비싸고 검사시간도 더 많이 걸린다.

아직까지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뚜렷한 예방 수칙이나 권고 기준은 없으며, 다만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회피하여 예방하도록 권장된다. 예를 들어, 흡연자가 췌장암에 걸리는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2~5배가량 높고 다른 기관에 암이 생길 확률도 높아지므로 금연은 다른 암에서와 같이 췌장암의 예방에 필수적이다. 고지방, 고칼로리 식이를 피하여 비만을 방지하고,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하는 식생활 개선과 적당한 운동은 암을 예방하는 좋은 습관이다. 또한 명백하지는 않으나 췌장암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용매제, 휘발유 및 관련 물질, 살충제(DDT), 베타 나프티라민(beta-naphthylamine) 및 벤지딘(benzidine) 등의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보호장비 착용이나 안전 수칙을 엄수하여 이러한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췌장암은 당뇨나 췌장염과 연관 있으므로 갑자기 당뇨가 나타나거나 원래 당뇨병이 있는 경우, 급성 혹은 만성 췌장염이 있을 경우에는 정기적인 진료를 받아야 하며, 췌장암의 위험 요인을 최대한 피하도록 한다.

췌장 질환은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서 심각한 질환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췌장 문제를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정기적으로 췌장 검사를 진행해 주시는 것이 췌장 건강을 지키고 잠재적인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활하면서 자신과 가족, 의료진이 함께 조기 발견을 하기 위한 지속적인 추적검사,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나치게 일상생활에 구애를 받을 필요는 없으나 췌장암이라는 질병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보다는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불안감과 우울증을 날려버리는 것이 좋겠다. 의료진과 함께하는 정규적이고 지속적 검사를 하면서 즐겁고 희망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