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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이제훈 거절 못 하는 병 있다"…유쾌·감동·낭만 속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 성료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4.08.21 16:08

사진 : 제2회 팝업시네마: 부안무빙 제공

'제2회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Pop-Up Cinema: Buan Moving, 이하 부안 무빙)'이 아름다운 노을 속에 마무리됐다.

'부안 무빙'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전북 부안군 변산해수욕장 일대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부안 무빙은 국내 최초로 팝업스토어 개념을 영화제에 도입한 새로운 콘셉트의 문화 축제로, 매해 테마를 중심으로 영화와 전시를 선정하여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컬 콘텐츠이다. 올해의 테마로 선정된 ‘사랑’을 다룬 영화 '가려진 시간', '그해 여름', '파이란'의 감독과 배우가 함께 참석하여 변산 바닷가를 낭만적인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부안 무빙'은 탱고밴드 ‘라벤타나’의 정태호와 재즈보컬 유사랑의 라이브 콘서트로 막을 올렸다. 런던 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부안 무빙'의 예술 총감독을 맡은 전혜정은 "해가 떨어지는 낙조 앞에서 영화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보면서 나눌 수 있다는 것, 영화 축제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정말 꿈 같은 장면”이라며 “올해는 작년보다 업그레이드된 부안 무빙을 준비했다. 특히 덥다고들 하셔서 비를 약간 뿌렸다”라며 잠시 지나간 소나기를 재치 있게 언급해 큰 박수를 받았다.

권익현 전북 부안군수 역시 “변산해수욕장은 아름다운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이 머무는 곳이다. 여러분, 붉은 노을이 지는 소리가 들리세요? 아마 들릴 거다”라는 낭만 가득한 인사로 분위기를 띄운 후 “3일간 행사 동안 좋은 시간 되기를 기원하겠다”라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권익현 부안군수를 비롯해 정지영 감독,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조근식 감독, 엄태화 감독, 신은수 배우, 허성재 아트필드 대표, 채은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포함한 문화예술 관계자와 언론인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부안 무빙' 2024 개막작은 영화 '가려진 시간'(2016)이었다. 지난해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이기도 하다. 개막식에 참석한 엄태화 감독은 "오랜만에 보니까, 제가 만든 영화 같지 않다. 어린 시절 은수를 영화로 만난 후, 바로 옆에 다 큰 은수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신은수는 "영화 촬영 당시에는 중학생이었는데, 지금 대학생이다. 내가 어렸을 때가 저렇게 생겼었구나, 어색해하며 영화를 봤다"라고 8년 만에 영화를 마주한 소감을 덧붙이기도 했다.

'부안 무빙'의 둘째 날이 16일에는 '그해 여름'(2006)의 상영이 이어졌다. 영화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는 이화정 영화 저널리스트가 모더레이터로 나서 조근식 감독과 시간 여행을 떠났다. 먼저 조근식 감독은 “2006년 이맘때 '그해 여름'을 찍었다. 그해 참 더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때의 여름 공기가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바다에서 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운을 뗀 후 “이 영화는 필름으로 찍은 작품이다. 이후 영화가 디지털로 순식간에 넘어갔는데, 필름으로 작업한 작품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아날로그적이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바다에서 '그해 여름'을 감상한 소감을 전했다.

조근식 감독은 영화 속에서 20대 초반과 60대 후반을 동시에 소화하며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선보인 이병헌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칭찬을 더 했다. 또한, 장르의 대가인 김은희 작가의 시나리오 데뷔작이기도 한 '그해 여름'을 함께 작업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흥미로운 후일담을 관객과 함께 나눴다.

부안 무빙 마지막 날인 17일, 영화 '변산'(2018)으로 변산과 인연이 깊은 배우 박정민이 생애 첫 연출작 '반장 선거' 감독으로 변산을 찾았다. '반장 선거'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네 명의 아티스트(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가 연출한 ‘하드컷X왓챠 오리지널’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의 일환이다. 변산 해변에서 '반장 선거'를 관람한 박정민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와 야외무대에 올라 관객과 소중한 시간을 나눴다.

먼저 박정민은 “영화 '변산'을 촬영할 때 한 달 반가량, 변산에서 생활했기에 저한테는 뜻깊은 곳이다. 변산에 내가 연출한 영화를 들고 다시 찾아뵐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언프레임드'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는 (이)제훈이 형 전화 때문이다. 제훈이 형이 뭘 부탁하면 거절 못 하는 병이 있어서 ‘덜컥’ 한다고 했다가 낭패를 본 시간이었다”며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관객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한 관객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으로 현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고, “연기와 감독 모두 해보신 입장에서 두 역할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묻는 말에 박정민은 “배우는 어쨌든 왔다 가는 사람이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로 발휘한 다음에 떠나는 사람이지만 감독은 작품을 부여잡고 몇 년을 사는 사람, 즉 책임지는 사람이다. 제가 뭐라고, 감히 첨언할 수 없는 영역을 해내시는 분들”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부안 무빙은 폐막작인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2001)과 함께 막을 내렸다. '파이란'을 감상한 송해성 감독은 주성철 씨네플레이 편집장과 함께 무대에 올라 '파이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은 롱테이크가 굉장히 많은 영화다. 아마, 최민식이라는 배우를 만나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최민식 배우가 지닌 진정성 있는 연기가, 짧은 호흡으로 끝날 수 있었던 신들에 긴 호흡을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홍콩 스타 장백지를 캐스팅한 사연과 촬영 에피소드도 공개됐다. 주성치의 '희극지왕'(2000)을 보고 장백지의 존재를 알았다는 송해성 감독은 홍콩에 연락을 취해 장백지를 캐스팅했다. 송해성 감독은 “강원도 고성에서 촬영했는데 그때 20년 만에 한파가 왔다. 영하 24도였으니 엄청났다. 장백지 씨가 ‘홍콩은, 영상 영도에도 사람이 동사한다’고 말해 웃었다. 당시 장백지 씨가 18세 어린 나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성숙하고 디테일한 연기를 잘 해줘서 고마웠다.”며 감사를 표했다.

3일간 관광객과 영화 팬의 가슴을 설레게 한 부안 무빙 ‘변산 비치 시네마’는 전북 부안군이 주최하고 주관하며 후원과 협력으로는 한국관광공사, 한국영상자료원, 포스코스틸리온, 네이버 영화 콘텐츠 공식 파트너사 ‘씨네플레이’,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Snow Peak), ‘왓챠’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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