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하나레이팅스 본사에서 함호근(가운데) 대표와 기업평가 업무 담당 임원인 박상일(왼쪽)씨, 회사 주요 주주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레이팅스 제공
베트남 신용평가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외국인 투자 법인으로는 처음으로 현지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 신용평가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주식과 채권 시장을 통한 자본 공급을 촉진하고 투자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기반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에서 현지 정부가 한국 기업에 신용평가 사업을 허가해 주목된다.
21일 베트남 투자기획부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100%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한국계 기업인 ‘하나 레이팅즈(Hana Ratings)’에 대해 신용 평가 사업을 허가했다. 베트남 재무부 지침은 최대 5개의 신용 평가사만 허용하고 있는데, 네 번째 신용 평가업 허가를 한국 기업에 부여한 것이다. 나머지 3곳 중 2곳은 베트남 현지 신용평가 업체이고, 한 곳은 지분 절반 이상을 현지 기업이 보유한 업체다. 현지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100% 외투 신용 평가사 허가”라는 반응이다.
베트남에서는 올해부터 공모채에 대한 신용 등급을 신용평가사로부터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세계 유수의 신용평가사와 기업이 베트남 신용평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출발점인 허가를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베트남 정부에서 신용평가업 허가를 받은 하나 레이팅즈의 함호근(55) 대표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했다. 2007년 베트남에 진출해 이후 17년 동안 호찌민과 하노이에서 회계 및 세무 컨설팅 업체를 운영해 왔다. 함 대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베트남 사정에 맞게 적용해 수많은 외국 투자자들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해 온 경험이 글로벌 대기업을 제치고 신용 평가업 허가를 받은 비결의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컨설팅 업체들은 현지 사정이나 법제와 글로벌 스탠다드를 접목하는 부분에서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함 대표는 “그동안의 기업 평가 자료와 노하우, 베트남 시장에 대한 기여 등 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며 “삼성전자 등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것도 베트남 정부가 유일한 100% 외투 신용평가 업체를 한국 기업에 허용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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