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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 붉닭브랜드 수출로 날아오른 실적, 농심·오뚜기는 주춤

김태동 기자 ㅣ tad@chosun.com
등록 2024.08.16 15:05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라면 코너를 살펴보는 시민 모습. / 뉴스1

국내 라면업계 빅3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이 엇갈린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적을 가른 결정적 요인은 '해외 부문' 성과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불닭브랜드'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농심과 오뚜기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영업이익을 냈다.

1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주요 라면 제조업체들은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삼양식품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244억원, 89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아시아 중심이었던 수출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이 해외부문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며 "최근 유럽법인 설립으로 주요 수출지역에 모두 판매거점을 갖추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양식품 해외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9% 증가한 3321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78%까지 확대됐다.

특히 미국 시장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는 주류 채널 입점 확대와 현지 내 까르보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714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80%는 불닭브랜드에서 발생했다. 불닭브랜드는 현재 10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중국 30%, 동남아 25%, 미주 20%의 비중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폭발적인 수출 성장세에 힘입어 2017년 1억불, 2018년 2억불, 2021년 3억불, 2022년 4억불 수출을 달성, 현재 한국 라면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중국, 미국 등 주력 수출국에 설립한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올해 해외사업 성장세를 유지하며 불닭 등 전략 브랜드와 신사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이 '불닭브랜드'을 활용, 해외를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반면 농심과 오뚜기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농심은 2분기 매출이 86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37억원으로 18.6% 줄었다.

매출은 내수 및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매출원가 및 경영비용 부담 증가와 지난해 주요제품(신라면, 새우깡) 가격 인하 등의 원인으로 줄었다.

농심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어려웠던 가운데, 수출을 늘리고 판관비를 절감하는 등 내부적인 노력을 통해 영업이익의 감소 폭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신라면 등 주요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을 늘려가고 있지만 내수 비중이 여전히 높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라면 매출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4%다.

농심은 오는 10월 미국 제 2공장 라인 증설을 통해 주요제품 현지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국내에 수출 전용 공장 설립과 내년 초 유럽 판매법인 신설을 검토하는 등 해외 시장서 입지를 넓혀갈 계획이다.

같은기간 오뚜기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8592억원으로 0.6%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6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상반기 매출액은 라면, HMR, 소스·드레싱류 매출 증대로 전반기 대비 1.8% 성장했다"며 "단 개별기준으로 보면 광고비, 수수료 등이 증가해 영업이익율이 소폭 감소했다"고 말했다.

상반기 회사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9.44%다. 오뚜기는 향후 두자릿 수 까지 진라면 등 주요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오뚜기는 회사명 영문 표기를 기존 'OTTOGI'에서 'OTOKI'로 변경하는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힘을 기울리고 있다. 또 중국·뉴질랜드 원료 생산공장을 포함해 미국에 공장 증축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는 등 해외 법인을 통한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선 K-콘텐츠 인기에 따라 세계 각국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라면 등 식품 수출은 증가할 것으로 봤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2.3% 증가한 5억 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를 접하는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면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했다"며 "해외시장 수요 증가에 발맞춰 인기 제품 공급량을 확대하는 등 업체마다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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