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디지틀조선TV 보도국장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순수전기차의 배터리 셀 공급사에 대한 정보를 오늘(13일)부터 공개하고,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무상 점검’을 내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완성차업계가 배터리 정보를 다 공개하고 비판이 잇따르자 등 떠밀려 공개한 것이 유쾌하지 않지만 근본 원인을 파악하여 그에 따른 적절한 후속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니 지켜볼 일이다.
정부는 앞서 화재 위험성이 있는 BMW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내린바 있다. 당시 10개월로 예상되는 결함 조사 기간도 절반으로 줄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해 BMW가 화재 원인을 고의로 은폐·축소했다고 판단되면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BMW 리콜 대상 중 안전진단을 받지 않았거나 화재 위험이 있는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했다.
현재 자동차관리법상 운행정지 명령은 범죄 우려가 있는 대포차나 안전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동차에 내릴 수 있다.
국토부는 각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해 리콜 기간 동안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BMW 차량이나 점검 결과 화재 위험이 있다고 판단된 차량의 소유주에게 정비이행명령서를 발부하고 운행중단 명령을 내렸다. 경찰청은 지자체로부터 대상 차량 정보를 제공 받고 단속에 나선다.
당시 국무총리는 “법령의 제약이 있더라도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며 국토부에 더 적극적인 사후조치를 주문하면서 운행정지 명령이 발동을 독려했다. 벤츠 전기차 운행을 방치할 경우 터널이나 주유소, 지하주차장 등에서 화재 발생 시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서울시는 선제적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고의적·악의적 불법행위로 인명이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도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은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만 해당하고 배상액도 손해의 3배로 한정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시 국토부는 BMW 화재처럼 생명·신체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제조물 책임법’ 개정을 논의한다고 했지만 공감을 이끌만한 정책을 발표하지 못했다.
벤츠가 화재 위험성을 알고도 고의로 파라시스 배터리를 장착하고 위험보고서를 은폐·축소 했는지 여부도 철저히 가려야한다.
당시 운행정지 명령과 관련해 BMW는 리콜 대상자에게 렌트카를 제공했다. 벤츠는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업계가 배터리를 다 공개하고 나서 등 떠밀려 공개하고 생색낼 일이 아니다. 무상점검은 여름철 휴가기간에 하는 것이지 배터리 자체가 화재 위험성이 있는 데 정비사들이 점검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국토부와 윤석열 정부도 BMW 사태 때처럼 괜한 유착 의혹과 봐주기 논란을 겪지 않으려면 실효성 있고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 신뢰 받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