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화재가 발생한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현관에 벤츠 차량 영업용 전단지가 붙어있는 것을 입주민이 떼어내서 구겼다./엑스 갈무리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 전기차 화재사건으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대 불타거나 외상을 입고 다수의 이재민까지 발생했다. 그런데 불난집에 부채질 하듯 벤츠 공식딜러사 직원이 화재가 발생한 곳을 타깃으로 '영업’을 해 입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벤츠코리아측은 딜러의 일탈로 선을 긋는 분위기지만 몰랐다고 쳐도 공식딜러사에 대한 관리 부재이고, 알았다면 파렴치한 행위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해가기 힘들어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사의 한 직원이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로 차량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판촉 전단지를 제작해 붙이고 영업에 나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9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동종업계 종사자들 조차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다수의 이재민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원인 파악과 그에 따른 책임 등 사고 수습보다는 판매 확대 기회로 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진상조사를 떠나서 한국시장에서 오랜 시간 수입차 1등을 차지하면서 큰돈을 벌어들였으면, 이 같은 이재민들에게 위로 차원에서도 몇백원 안하는 생수라도 사서 보내고 사과문을 올리는 게 사람에 도리 아니냐”며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기본적인 예의와 질서를 지키지 않고 수입차업계 전체를 욕먹게 하는 듯해서 씁쓸하다”고 전했다.
전단지 내용을 살펴보면, 청라 A아파트 2차 전손차량 지원'이란 이름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전단지에는 '벤츠 공식딜러'라는 직함과 함께 직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전단지에는 "전기차 사고 화재로 피해를 입은 전손 처리된 피해자분들에게 위로의 말씀드리며 벤츠 신차 구매 시 제공되는 지원 프로모션 안내드립니다"며 △벤츠 구입시 추가 할인 2% 적용 △전손 차량 처분 및 취득세 7% 환급 절차 안내 △출고시 차량용 소화기 증정 등의 프로모션이 안내돼 있다.
지난 1일 주차 중인 벤츠 전기차 EQE에서 시작된 차량 화재로 2차 피해를 입은 차량의 처분을 지원하고, 벤츠 차량 구입시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번 화재로 주민 23명이 연기를 흡입하고 72대의 차량이 전소되는 등 140여 대의 차량이 불에 타는 피해가 발생한 상황을 감안하면 벤츠코리아의 관리부재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지하주차장 내부 열기로 인해 건물 수도 배관과 전기배선이 녹으면서 단전·단수로 이어져 입주민 800여 명이 임시 주거시설에서 머물고 있다.
피해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났는데 이 회사 공식 딜러가 영업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격분했다.
또 다른 주민은 "벤츠 관계자가 화재 이후 현장을 방문하거나 지원 한 적도 없어 화가 나는데 한솥밥을 먹는 영업사원 관리를 전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벤츠코리아와 딜러사 직원들은 최소한의 공감 능력도 없는 무자비한 사람들 같다"며 "이런 파렴치한 기업이 한국시장에서 발 붙이고 영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절박한 심경"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와중에도 영업을 하는 것이 벤츠코리아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본지 8월7일자 <벤츠 최대딜러 한성차 노조 “재주는 딜러사가 부리고 돈은 레이싱홍이 가져가"> 기사를 살펴보면 공식 딜러사들의 문제점과 그 동안 하도급 갑질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조사관들이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정비소에서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합동감식이 진행된 정비소에는 벤츠 측 관계자들도 찾아와 감식을 참관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