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대표 울프아우스프룽·Ulf Ausprung) 노조가 총파업에 나섰다. 회사측은 적자를 이유로 임금동결과 성과급 삭감을 했지만 모기업인 레이싱홍그룹에 천억원대의 막대한 배당금을 줘왔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한성자동차의 적자를 이유로 임금 동결에 성과급도 삭감했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수입차지회 한성자동차 노조는 7일 한성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강남전시장 앞에서 총파업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한성차 서울 서초 방배 본사 앞에서 총파업 투쟁 선포대회를 열었고, 같은달 25일부터는 지점 내 현수막 게시와 야근·외근일지 작성 거부 등 행동에 나선바 있다. 한성차 노조는 지난달 22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고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측은 "2월부터 7월까지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은 임금 교섭에서 2023년에 46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는 이유로 임금동결을 주장했다"며 "매년 200~300%씩 지급되던 성과급을 올해에는 일방적으로 삭감해 50%만 지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한성자동차는 지난해 매출 3조4439억원, 468억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도 361억원이다.

노조는 한성자동차가 한국시장에서 번 돈을 모기업인 레이싱홍그룹이 가져가면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레이싱홍그룹은 말레이시아 화교가 홍콩에 세운 자동차 판매사다. 이 그룹은 자동차 판매 외에도 아시아와 호주, 유럽 등에서 부동산 사업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노조는 한성자동차가 2021년(1200억원)과 2022년 (1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레이싱홍그룹에 배당금으로 갖다 바쳤다고 사측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같은 기간 한성자동차의 영업이익은 1370억원에 불과한데도 버는 돈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을 레이싱홍그룹에 지급하는 것이 타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한성자동차가 벤츠코리아로부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전기차를 구매한 것도 이 때문"이라라며 "한성자동차의 노동자가 아무리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하고 땀 흘려 수리하더라도, 레이싱홍 그룹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한성자동차는 적자구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작년부터 벤츠 등 완성차업체들의 직판매제 도입도 갈등 불씨가 되고 있다. 그동안 한성자동차 같은 딜러사를 통해 인지도를 키워놓고 시장에 안착하니 직접판매를 통해 딜러사를 외면한다는 것.

벤츠의 경우 독일 본사나 해외 공장에서 만든 차를 벤츠코리아가 한국으로 수입해 도매로 딜러사에 넘기면 벤츠 한성, 효성, 교학, KCC, 모터원 등의 딜러사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였다. 직판매제가 도입되면 벤츠코리아가 수입과 판매를 모두 맡게 돼 이 딜러사들은 사실상 자력으로 살아남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직판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경영진들의 준비 과정을 보장받기 위해서 시간을 벌고 있다"며 "사측은 조정 중지 이후에도 여전히 임금동결을 주장하며 불성실한 교섭 태도만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벤츠 딜러사 한 관계자는 "재주는 딜러사가 부리고 돈은 벤츠코리아와 레이싱홍그룹 등이 가져가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벤츠코리아는 이를 알고도 딜러사를 이용해 먹는 전형적인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고 상생경영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