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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중국 배터리 넣은 1억대 벤츠EQE…소비자는 '자괴감'

조한진 기자 ㅣ hjc@chosun.com
등록 2024.08.07 14:58

리콜전력 中업체 배터리 탑재한 벤츠, 품질관리·전기차 기술력 의구심
전기차 배터리 확인 가능하게 법적 제도화 필요하다는 목소리 확대

인천소방본부가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량 화재와 관련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어제는 여기에 주차하지 마세요. 빨리 차 빼요'라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큰 마음 먹고 산 벤츠가 시한폭탄 취급을 받는 데 정말 자괴감이 듭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대표이사 마티아스 바이틀·Mathias Vaitl)가 수입·판매한 전기차 벤츠 EQE350에서 지난 1일 화재가 발생한 뒤 해당 차종 오너들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 전기차에 품질 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중국 후발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7일 국토교통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350에는 중국 파라시스 NCM 배터리가 탑재됐다.  EQE350 모델에는 중국 CATL과 파라시스 배터리가 혼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설립된 파라시스는 지난해 매출 23억2000만달러(점유율 1.8%), 출하량 15GWh를 기록했다. 매출과 출하량 기준 세계 10위다. 벤츠 모회사 다임러는 지난 2018년 파라시스와 10년간 17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2020년에는 벤츠가 파라시스 지분 3%를 인수해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EQE350 화재로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물질·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 역대급 무더위 속에 단전·단수로 대피소 생활을 하는 등 일부 주민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하주차장에 있던 40여대는 불에 탔고, 100여대는 외상 피해를 입었다. 책임소재를 가리는 데도 벤츠코리아가 대형로펌을 선임해 차주의 과실로 몰고가려고 한다는 여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직 EQE350의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자부해온 벤츠의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 나온다. 특수 관계에 있는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하면서 품질 관리에 구멍이 뚫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파라시스의 배터리는 화재 위험으로 중국 내에서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3월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3만1963대가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리콜을 했다. 당시 파라시스는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벤츠의 배터리 최적화 기술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전기차는 화재 발생시 인명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선도업체들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안전기술 노하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전기차를 구매할 때 소비자가 배터리 제조사까지 확인할 수 있는 법령화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안전과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반 소비자가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차를 골라 살 수 있어 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 제조사 정보) 오픈을 하지 않는다.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구체적 정보 제공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EQE 350/벤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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