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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올라오는 감정을 조절하며"…조정석X유재명X故 이선균 '행복의 나라'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4.08.06 18:15

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했다. 그리고 12월 12일, 신군부가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같은 해에 일어난 두 사건은 우리나라 역사에 완전히 다른 얼굴을 만들었다. 영화 '행복의 나라'는 그 사건을 눈여겨본 이라면 누구나 가질 '왜 정보부가 아닌, 육군본부로 향했을까'라는 질문을 크게 알려지지 않은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한 박태주와 그의 재판을 통해 풀어낸다.

6일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시사회가 진행돼 추창민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정석, 유재명이 참석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故 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1979년 우리나라 역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는 처음이 아니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등도 당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행복의 나라'는 다시금 당시를 꺼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추창민 감독은 "'서울의 봄'과 가장 큰 차이점은 장군 역을 한두 배우에게 있다. '행복의 나라'는 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하기보다,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유재명이 부단히 노력했다. 특정 인물이라기보다 시대가 주는 야만성, 그 시대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행복의 나라'에 담고 싶었던 지점을 전했다.

추창민 감독의 말처럼 '행복의 나라'는 법정에 선 사람들의 숫자까지 맞춰 그 시대를 옮겨내려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것은 알려진 정보부장 김재규가 아닌, 그의 명령에 따라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에 가담한 박흥규 대령이었다. 추창민 감독은 "10.26 사건과 12.12 사태 사이에 파생된 이야기를 찾다가 도출된 인물이 박흥주 대령이었다"라며 "박태주로 가공해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팩트는 모티브가 된 박흥주 대령이 누구보다 인간으로 훌륭했다는 지점이었다. 좌우 이념을 떠나, 그분을 평가할 때 참 군인이었고, 가정에도 성실했고, 인간으로서도 훌륭했다고 알려졌다. 그렇기에 모티브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모티브로 삼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조정석은 그런 박태주 대령(故 이선균)을 살리기 위해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 역을 맡았다. 그는 정인후에 대해 "극 중 박태주를 살리기 위한 생각밖에 안 했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나 같아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감정이 자연스러웠다. 촬영할 때도 오로지 '박태주를 살려야 한다'라는 마음 하나로 임했다. 변호사 '정인후'가 아니라, 인간 '정인후'로 대사를 토해내고 싶었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도 울분을 토해내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라고 완벽하게 몰입했던 현장을 떠올렸다.

유재명은 권력을 위해 재판을 움직이는 거대 권력의 중심인 합수단장 '전상두' 역을 맡았다. 그는 해당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촬영 시작하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동료 배우들과 시간을 보내며 혼란스러웠다. 더 많이 표현하고 싶고, 더 강력한 인물을 표현하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촬영 중간, '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인물이 중요하다'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작품의 결에 따라 절제하고, 주어진 한계점 안에서 '전상두'를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화두였다. 사람을 바라보는 눈에 광기, 가만히 머금는 조소, 고개를 끄덕이지만, 부정하는 뉘앙스 등에서 디테일을 찾아가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작품의 결을 찾아가는 나를 발견하며 더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현장에서 느꼈던 깊은 고민을 밝혔다.

'행복의 나라'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의 마지막 개봉작이기도 하다. 특히, 故 이선균은 많은 말 대신 거친 피부와 단호한 눈빛으로 자신을 이야기하는 '박태주'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행복의 나라'를 함께하며 그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게 된 조정석과 유재명은 복잡한 마음과 그리움을 전했다. 조정석은 "역할로 따지면 이선균과 내가 한 편이고, 유재명과는 적대적 관계인데, 현장에서는 삼 형제처럼 큰형, 작은형, 막내 느낌으로 너무너무 즐거웠다. 이선균은 너무 좋은 형이고, 같이 연기할 때만큼은 정말 뜨거웠다. 연기가 끝나면 그 누구보다 따뜻했던 분이 맞다. 그렇게 기억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유재명은 "영화 보는 내내 그 자체를 오롯이 볼 수 없는 경험을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태주가 정인후에게 '자네에게 진 빚이 많아'라며 '당신은 참 좋은 변호사야'라고 할 때, '(조)정석아, 넌 참 좋은 배우야'라고 하는 것처럼 느꼈다. 그리고 그다음 컷에서 조정석은 '형도'라고 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라고 작품 속 한 장면을 떠올렸다. 또한 "며칠 전 우연히 '영화는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볼 수 없다'라는 라디오 오프닝 멘트를 들었다. 이 영화를 통해 이선균이라는 배우를 다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애정과 그리움을 덧붙였다.

또한, 유재명은 '행복의 나라'의 기자회견을 마치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는 "영화 보는 내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 감독,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가슴 벅찬 일인지 몸소 느끼는 관람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 소감이 담긴 영화 '행복의 나라'는 오는 8월 14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사진 : NEW/파파스필름/오스카10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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