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리뷰] 두 가지 색을 지나 온전한 나의 색으로...‘리볼버’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4.08.06 11:25

영화 '리볼버'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여자가 감옥에서 나선다. 신체검사를 하는 사람의 말을 통해 감옥에서 생긴 상처들은 수영(전도연)의 쉽지 않았던 2년 여의 옥중 생활을 짐작게 한다. 그렇게 감옥에서 나왔지만 수영이 갈 곳이 없다. 분명 약속을 받고 감옥에 들어갔는데, 나왔을 때 약속은 어디에도 없다. 차 한 대 뒤에 또 한 대의 차가 온다.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다가온 정 마담(임지연)이다. 수영은 새빨간 정 마담의 차에 ‘일단’ 올라탄다.

2년 전, 수영은 옳지 않은 일에 연루됐다. 연인 임석용(이정재)의 확실치 않은 사랑과, 확실하게 보이는 새 아파트를 '옳음' 대신 선택했다. 임석용과 당시 투자사의 이사 앤디(지창욱)라는 사람은 수영이 입을 다물고 혼자 감옥에 가면, 7억의 돈과 새 아파트를 보존해 두겠다고 했다. 연인은 말하지 않음으로 동의했다. 수영은 그 '옳지 않은' 자기 선택의 결과라 생각했다. 그 약속을 핸드폰에 녹음도 해놨다. 하지만 감옥에서의 2년 사이, 임석용은 세상을 떠났고, 수영은 받을 돈을 받으러 향한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색이다. 그 질문은 직접적이지 않았다. 공간, 색감, 음악, 그리고 모든 화면을 가득 채운 배우들의 들숨과 날숨을 통해서였다. 스크린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지만,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이정재, 정만식, 전혜진 등은 각기 다른 지독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계속하여 더 많은 돈을 원하는 자, 그런 자 옆에 빌붙어 살아보려는 자, 갖고 있지만 가진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 그리고 받아야 하는 자 등 각기 다른 목적의 캐릭터는 배우들을 만나 완성된다.

전도연은 하수영의 2년 전과 후의 모습을 명확하게 가른다. 2년 전, 파랑과 레드가 섞인 보라, 청색과 녹색이 모호한 청록 등의 혼합색에 여성스러운 몸매가 부각된 옷을 입었던 수영은 출소 후 어두운 옷에 점퍼를 입고 약속을 향해 돌진한다. 누군가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가 받을 돈을 받는 거다. 그러면 끝날 일이다. 만약 ‘무뢰한’ 속 김혜경이 감옥에서 2년이라는, 내 속에 부유하는 것들이 착 가라앉게 되는 시간을 보냈다면 하수영처럼 되지 않았을까. “왜 반말해요?”라는 정 마담의 질문에 돌아오는 수영의 “난 건달에게 존대 안 해”라는 무미건조한 답처럼 말이다. ‘하수영’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온전한 색을 찾아가는 과정을 전도연은 온전히 보여준다.

전도연과 오승욱 감독의 재회에 ‘무뢰한’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리볼버’는 ‘무뢰한’과는 다르다. 범죄자를 잡으려는 형사라는 큰 줄기에 인물들의 마음이 켜켜이 담긴 ’무뢰한‘과 달리, ’리볼버‘는 대가를 받으려는 수영의 움직임을 과거와 현재로 쫓는 과정 속에 다양한 인물 군상이 보인다. 어찌 보면 목적을 향해 가는 로드무비와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 속에서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향연이다. 무엇보다 생각하지 못했던 배우들의 케미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뢰한‘ 속 김혜경을 떠올리게 하는 정마담(임지연)과 마주한 하수영(전도연), 같은 족속인 조사장(정만식)과 정마담(임지연), 진짜 관계를 짐작하기 어려운 투자 회사의 대표(전혜진)과 이사(지창욱), 그리고 연인 관계이지만 그 온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하수영(전도연)과 임석용(이정재)까지 ‘본격 투샷’의 영화다.

각자 다른, 진한 향을 뿜어내는 배우들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영화 '리볼버'는 오는 8월 7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4분.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 더보기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