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김홍국 하림 회장, 전략부재 '가정간편식' 탓에 영업손실 눈덩이

김태동 기자 ㅣ tad@chosun.com
등록 2024.07.16 17:17

3년간 성적표 '적신호' 불구 모회사 1300억원 지원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업계 "더미식 모델 외 상품 임팩트 없어…맛없는 프리미엄 전략 실패 원인"
하림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대응...좋은 식재료 사용해 가격 높은 것"

김홍국 하림 회장이 '더 미식 장인라면' 출시 행사에서 직접 끓인 라면을 보여주고 있다. / 하림지주 제공

김홍국 하림 회장이 닭고기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고자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지만 모회사까지 좀 갉아먹는 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가정간편식(HMR) 사업이 대대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광고선전비만 늘리는데 비해 본연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좋은 원재료, 프리미엄 제품을 강조했음에도 높은 가격 대비 맛과 품질에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업계에선 경쟁 제품들에 비해 맛과 품질이 뛰어나지 못하면 결국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육계업을 중심으로 하림그룹을 일군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진행한 '더미식 장인라면' 출시 행사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신제품을 직접 끓이고 설명을 곁들이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하림은 자연, 신선을 최우선으로 한 식자재를 사용하고 제품화 할 때는 '최고의 맛'이 아니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겐 외면 당했다. 장인라면 출시 이후에도 하림은 즉석밥, 비빔면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지속 내놓으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제품이 맛과 가격 등에서 기존업체의 허들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길거리음식을 표방한 가정간편식 '멜팅피스'에 이어 어린이식 '푸디버디'까지 특색을 강조한 가정간편식 브랜드도 확장했다.

특히 2023년 11월 열린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 출시 행사장에선 아토피를 앓던 막내딸이 음식으로 고생하던 사연을 소개하며 "이제 더 이상 라면이나 치킨 같은 음식을 못 먹게 하지 말라"며 "마음 놓고 제대로 먹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더미식 브랜드 론칭에 앞서 2020년 말 5200억원을 투자해 전북 익산에 '하림푸드콤플렉스'를 마련키도 했다. 하림푸드콤플렉스는 12만709㎡(3만6500평)의 부지에 식품 가공공장 3곳과 물류센터 등 복합시설을 갖춘 종합 식품단지로 라면과 가정간편식, 즉석밥 등을 생산한다.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시장 점유율은 공표하지 못할 수준

김 회장의 진두지휘에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하림산업 가정간편식 제품 가운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제품은 찾기 어렵다. 한 자릿수도 채 안되는 시장 점유율에 업계선 사실상 경쟁 상대로 거론하는 것 조차 불편해 기색을 드러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본인들이 프리미엄이라고 주장한다고 프리미엄이 되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가 느껴야 한다"며 "경쟁사들은 투트랙 전략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별도로 선보이면서 가격은 유지하려는 데 반해 무조건 프리미엄이다 해봐야 맛이 없으면 굳이 살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하림의 가정간편식 사업 전략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이든 비빔면이든 말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건재한 상황에서 메인 상품조차 없이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것 자체가 전략부재"라고 쓴소리를 전했다.

실제 가정간편식 소비자 일부를 대상으로 '멜핑피스'나 '푸디버디'를 인지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 들어본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더미식 광고 모델 이정재 / 하림 제공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조리법을 내세운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프리미엄과 고가 전략은 애초에 잘못된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이 유명 모델을 써서 광고 모델만 기억에 부각된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들이 실속있고 맛있는 상품을 찾는 상황에서 가성비 높은 상품 등을 출시하는게 오히려 후발주자에겐 먹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하림산업과 동종 업체간 동일 카테고리 상품을 비교해보니 대체로 높게 책정된 하림 제품 가격이 눈에띈다.

경쟁업체에서 10여년 전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놓은 신라면 블랙(4개입)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6150원에 판매되는 반면 장인라면 담백한맛·얼큰한맛(4개입)은 이보다 약 25% 비싼 7800원에 판매중이다. 더미식 백미밥(180g) 12입의 경우에도 피코크철원오대미밥(210g) 대비 3000원 넘게 가격이 높았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더미식 제품들 /디지틀조선TV

매년 불어나는 적자...프리미엄 전략 '고집'이란 지적도

이 같은 전략 부재는 실적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2021년 가정간편식 시장에 진출한 하림산업은 줄곧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하림산업은 2021년 매출 217억원을 거뒀다. 같은기간 영업손실은 589억원 기록했다. 2022년에도 영업손실 868억원으로 적자는 불어났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096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판매관리비 속 주요 항목인 광고선전비도 크게 늘어났다. 2021년 68억원에서 2022년 128억원, 2023년 262억원으로 매년 두배 가까이 증가하며 영업손실과 궤를 같이한다.

불어난 영업손실은 하림산업 지분 100%를 보유한 하림지주가 충당하는 실정이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1000억원, 올해 초 300억원 등 운영비 명목으로 하림산업에 총 1300억원을 지원했다.

업계선 김 회장의 무리한 확장 정책과 전략 부재가 결국 영업손실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전문 기업들이 건재한 시장에서 어설픈 제품으로 끼어들지 못한다"며 "맛과 품질은 기본인데 맛은 떨어지면서 프리미엄이라고 주장한다고 소비자가 현혹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하림산업은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며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하림 관계자는 "더미식이 론칭한지 불과 3년차"라며 "어떤 브랜드도 3년 내 흑자를 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며 꾸준히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