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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부재 면세업계...가장 손쉬운 인력 구조조정으로 적자 해소?

김태동 기자 ㅣ tad@chosun.com
등록 2024.07.11 16:12

롯데면세점 직원 급여 삭감해 인건비 줄이기부터 현대면세점 사명 변경까지
업계 "경영진이 적자 줄일 가장 손쉬운 방법 택한 것"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앞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김주남 대표이사 퇴진과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투쟁에 나선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롯데면세점지회 / 디지틀조선TV

면세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행객은 늘었지만 쉽게 기대 영업해왔던 중국 단체 관광객이 등을 돌리면서 자력으로 부진 탈출을 못하는 실정이다.

매출이 급감한지 오래지만 관광객이 다시 늘어도 중국 단체 관광객을 만회할 만한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사명을 바꾸는 등의 변화도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국내 면세점 1위 롯데면세점을 이끌고 있는 김주남 대표는 최근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더딘 업황 회복에 내린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면세점은 우선 고강도 사업부 구조개선을 통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상품 원가와 경쟁 비용을 통합 관리해 수익구조 안정화를 추진한다.

또 조직 슬림화를 진행해 신속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축한다고 포장하고 있지만, 전 임원 급여를 20%를 삭감하는 단순한 방법을 선택했다. 전사적 희망퇴직, 직무 전환, 성과 향상 교육 등의 뻔한 프로세스를 돌리고 있다는 것.

아울러 롯데월드타워점 면적 축소도 결정했다. 전체 매장 면적 1만3113㎡의 35%를 차지하는 타워동(4599㎡)을 없앤다.

최근엔 인터넷면세점에서 비회원 구매를 제한하고 멤버십 체계로 전환키도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터넷면세점 비회원 구매자가 적고, 비회원과 회원 간 가격 혜택 차이가 커 홈페이지 효율화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재실 대표가 2021년부터 대표로 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사명을 ‘현대면세점’으로 변경하고 면세사업 전문성 높이기에 나섰지만 이름만 바꾼다고 장사가 잘될지 의문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현대면세점으로 변경했다. 법인명도 기존 현대백화점면세점에서 '현대디에프'로 바꿀 예정이다.

현대면세점은 사명 변경과 함께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유치, 국내외 마케팅도 강화해 사업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고 했지만 구제적 계획이 나오지 않아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이는 BI(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온·오프라인 매장과 광고 등에 활용될 방침"이라며 "국내외 고객들이 부르고 떠올리기 쉬워져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업계가 손쉬운 구조조정과 마케팅 강화 등 행동에 나선 것은 누적 적자를 해소할 이렇다 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엔데믹을 핑계로 시간을 벌어왔지만 이후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오지 않는 데다 고환율 등으로 성장이 멈추고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는데 반해 눈에 띄는 대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적자 규모는 537억원이다. 현대면세점은 올해 1분기 매출 2405억원, 영업손실 52억원을 냈다. 작년 3분기, 첫 분기 흑자를 낸 직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결국 인력 구조조정 및 임금 삭감 카드를 택한 것은 경영진이 적자를 줄일 가장 손쉬운 방법을 고른 것"이라며 "중국에 기대 편하게 장사하다 손님이 떨어져 나가니 전략이나 묘안은 없고, 이름이라도 바꿔 대책 마련한 것처럼 꾸며 대표 임기 채우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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