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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 장마에 석포제련소 카드뮴 등 환경오염 우려 증폭…장형진 일가는 책임회피 급급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4.07.10 11:47

대구·경북지역 120㎜ 이상 물폭탄 예고…영풍 석포제련소 카드뮴 '관리' 우려 급증
폐기물 장기 방치로 낙동강 오염…봉화군·환경부 등 정화 명령
2020년 이후 충당부채 쌓았지만 사용액 미공시…장마 폭우에 우려↑

환경 시민단체인 안동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환경오염과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시위하고 있다/안동환경운동연합

본격적인 장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대구와 경북지역에 많게는 120㎜ 이상의 물폭탄이예고되면서 각종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낙동강 일대 안전사고 우려에 더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환경오염과 수질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해 수질 악화와 퇴적물 오염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던 영풍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오염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우로 인해 제련소 내 각종 유해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형진 고문 등 대주주 장 씨 일가가 중대재해 처벌 우려 등으로 주요 경영진 자리에서 이름을 뺀 채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경영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문제 해결 가능성조차 희박하다는 것이 지역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미 장형진 일가의 영풍 석포제련소는 토양오염 등 환경파괴 이슈로 관할 지자체와 환경부로부터 오염토양 정화와 적치 폐기물 처리 등의 명령을 받은 바 있다. 토양정화의 경우 올해 말까지, 폐기물 처리는 내년까지 모두 이행해야하지만 현재 진행률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 아니라 석포제련소는 환경오염 방지 시설 미비로 2개월간 가동을 멈출 위기에 놓이는 등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단체들과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관할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 시민단체인 안동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낙동강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영풍 석포제련소 OUT을 요구하면서 시위하고 있다/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법 위반 수두룩…오염 정화 명령 이행률은 저조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제1행정부(곽병수 부장판사)는 지난 6월 28일 영풍 석포제련소가 경북도를 상대로 낸 조업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석포제련소는 2019년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배출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 등이 환경부에 적발되면서 2개월의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영풍 측은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의 원고 청구 기각으로 패소했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영풍은 2021년 10일 조업중단에 이어 다시 두 달간 조업을 중단해야 한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 관련법 위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석포제련소는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각종 중금속과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유해물질이 유출되지 않게 관리해야 하지만 석포제련소의 노후 설비와 오염방지 시설 미비로 인해 그간 유해물질이 인근 토양과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환경오염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영풍 공시자료에 따르면 앞서 경상북도 봉화군이 석포제련소 공장과 주변 토지에 대해 토양정밀조사를 한 결과 제련소 안은 물론 주변 땅의 토양이 카드뮴과 납·아연 등 고농도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지난 2020년 해당 토양에 대한 정화 조치 행정명령을 내렸다. 석포제련소는 이를 올해까지 완료해야 하는데 실제 영풍은 이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영풍은 이와 관련해 올해 1분기까지 총 1459억 원을 충당부채로 쌓았는데, 아직까지도 공시한 사용 금액은 없다. 


또 영풍은 지난 2022년 말부터 반출충당부채도 쌓기 시작했다. 이는 석포제련소 부지 내 장기간 적치된 폐기물을 3년 이내 반출 및 처리하라는 환경부의 명령에 따른 조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671억 원 정도를 쌓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이를 오는 2025년까지 완료해야 하는데, 이 역시 아직 사용 실적 공시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키지 못할 거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 석포제련소의 경우 그동안 아연 등을 생산하고 남은 잔재물 약 50만 톤 이상을 수십 년간 야외에 쌓아두고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련잔재물에는 철과 아연, 카드뮴, 비소 등 각종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있다.

영풍 측은 이런 지적에 이미 잔재물을 지속해 처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총 50만톤 가운데 지난 2021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7만 1382톤을 처리했고, 앞으로도 계획에 따라 잔재물을 줄여나갈 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장 올해 장마로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환경부와 대구환경청 등 관계당국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영풍 석포제련소의 주변 환경오염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마 기간에 적체된 폐기물 훼손 등으로 카드뮴 등의 중금속이 대량 유출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석포제련소 지나면서 낙동강 카드뮴 농도 급상승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 퇴적물측정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낙동강 상류지역 퇴적물내 카드뮴 농도는 4등급 기준(6.08)을 초과한 '매우 나쁨'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낙동강 상류 지역에서 영풍 석포제련소를 지나면서 카드뮴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하반기 기준으로 낙동강 상류 지역인 황지2(태백시 동점동) 지점의 경우 카드뮴 농도는 1.19 정도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석포제련소를 지나서 봉화(봉화군 소천면 현동리) 지점에 이르면 농도가 6.53으로 급격히 높아진다. 이보다 하류 지역인 도산(봉화군 명호면 관창리) 지점로 가면 오염 농도가 9.96으로 더욱 상승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오염이 더욱 악화했다. 황지2 지점 3.23, 봉화 8.05, 도산 12.73 등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퇴적물의 항목별 오염평가 기준에 따르면 카드뮴은 6.09를 초과하면 4등급으로 책정된다. 4등급은 저서생물(해수와 담수 서식지 바닥에 사는 수중생물)에 독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심각하고 명백하게 오염된 상태로 정의된다.


업계에서는 특히 영풍이 잔재물을 적정한 시설에 보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야외에 구덩이를 파고 차수막만 설치한 뒤 야적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폭우 등에 각종 유해물질이 주변으로 유실될 가능성이 매우 크단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면 침출수가 발생해 카드뮴 등 중금속이 빠른 속도로 토양에 스며들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석포제련소의 바닥 차수막은 수십 년이 지나 낡고 찢어지는 등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환경부가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데 정작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장마와 집중호우 시기에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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